전투기 2대 연쇄추락… 베테랑 조종사 4명 안타까운 희생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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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결함인가, 조종사 실수인가.’

13일 밤 서남해안 상공에서 공군 전투기들이 잇따라 추락한 사고는 낡은 기체의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라는 관측과 함께 조종사들이 야간투시경(Night Vision Goggle·NVG)을 쓰고 고난도 전술훈련을 하다 착시현상을 일으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종사들=사고 당시 F-4E 전투기에는 이해남(36) 소령과 김동철(34) 소령이, F-5F 기종에는 김태균(30) 소령과 김종수(30) 대위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소속 기지를 이륙한 뒤 저고도에서 바다로 침투하는 가상 적 함정을 저지하는 훈련을 하던 중 “표적 확인, 공격하겠다”는 교신을 끝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조종사들은 “사고 조종사들은 비행시간이 750∼27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들로 편대장과 교관을 맡고 있다. 모두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동료들의 귀감이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군에 따르면 F-5E/F 기종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10년차 베테랑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선 42억 원, F-4E는 75억 원, 최신예기인 KF-16은 87억 원의 돈이 든다.

▽사고 원인=NVG를 쓰고 야간 훈련을 할 경우 착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버티고(vertigo)’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조종사가 바다 위 상공을 비행하다 순간적으로 하늘과 바다를 혼동하는 것으로 해상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공군에 따르면 1994년부터 10년간 전투기 등 공군기 추락사고는 총 31건이며 이 중 21건(68%)이 조종사의 착각이나 조작 미숙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사고 기종은 F-5E가 8대로 가장 많았고 F-4E 4대, KF-16 3대순이었다.

사고 전투기들이 최신예기인 KF-16과 달리 최저 안전고도 아래로 하강하면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알려주는 ‘저고도 경보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와 함께 F-4E와 F-5F는 생산된 지 각각 35년과 22년이 지난 노후 기종인 만큼 기체 결함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두 기종은 최근 5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추락 사고를 일으켰다. 공군은 F-4E 80여 대, F-5E/F 2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공군본부 작전처장 윤우 대령은 “착시와 기체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기체 잔해의 정밀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투기는 비행기록장치인 블랙박스가 없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색 상황=공군은 13일 밤 F-4E가 추락한 추자도 인근 해역에 항공기와 해군 함정들을 투입해 F-4E 조종사인 김 소령의 조종복과 유해 일부, 기체 잔해를 인양했다.

또 F-5F가 실종된 어청도 인근 해상에도 야간 수색장비를 갖춘 미군 헬기와 해경 경비정 10여 척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F-16 전투기 모의탄 오발▼

13일 오후 공군 F-16 전투기 1대가 전북 앞바다에 있는 사격장에서 폭격훈련 중 투하한 모의연습탄 2발이 인근 민가 근처의 비닐하우스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군이 14일 밝혔다. 이 사고로 비닐하우스 2동이 심하게 파손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가 투하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처리반을 긴급 투입해 모의연습탄을 수거하는 한편 파손된 비닐하우스를 복구하고 피해보상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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