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장신증설… 해고요건 완화… “또” 등돌리는 시장

  • 입력 2005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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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이 또다시 보류됐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기업의 해고 요건을 완화한다는 정부 계획도 유보되고 부동자금이 증권시장으로 흘러가도록 하기 위한 장기적립식 세금우대 증권저축 도입도 미뤄졌다.

이처럼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에 대해 시장의 기대만 높여 놓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잦아 정책의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아 시장금리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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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또 미뤄

재경부는 6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해 주는 방안을 포함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반기 경기회복이 민간투자 활성화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금지하는 관련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때문에 현재 LG전자 등 6개사가 3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못하고 있다.

재경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은 △현재 대기 중인 대기업 공장 신·증설부터 허용하는 방안 △법령을 고쳐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를 일괄적으로 풀어 주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벌여 첫 번째 안에 대략적인 의견 접근을 봤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청와대, 총리실 등과 협의하는 문제도 남아 있어 경제운용 방향에 포함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 해고 요건 완화도 연기

재경부는 장기적립식 세금우대 증권저축 도입과 기업의 근로자 해고 요건 완화 방안도 검토했지만 역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장기적립식 세금우대 증권저축은 일정 금액을 주식에 투자하는 저축에 장기간 가입할 때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깎아 주는 상품.

6개월 미만 단기 금융상품에 들어 있는 417조 원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가지 않고 생산적인 부문에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 검토됐다.

한 부총리가 지난달 20일 “증시 등으로 자금이 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해 시장의 기대를 잔뜩 높여 놓았다.

그러나 증시 거품을 유발할 수 있고 효과를 알 수 없다며 중장기 검토 과제로 미뤘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 요건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과 해고 시 근로자 대표에게 60일 전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을 30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했다.

○ 정책 신뢰성 저하 ‘위험수위’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절대 없다’는 한 부총리의 발언에도 금리가 상승하고 △5% 성장률에 매달리던 정부가 갑자기 3%대 성장 가능성을 시인하고 △정부 당국자들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 발언에도 시장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등 시장이 정부를 믿지 않는 현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이종명(李鍾明) 한화증권 채권분석팀 연구원은 “부총리의 거듭된 경고에도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금리인상에 베팅하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朱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작년 말에 발표된 계획과 큰 차이가 없고 경제현안 해결에 대한 정부의 시각과 접근 방식 자체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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