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요란했던 방재훈련… 이벤트사 진행 ‘보여주기’행사

  • 입력 2005년 4월 21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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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지역 고립자 구하라” 구출훈련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리 서낙동강변의 옛 공병학교 터에서 열린 ‘2005 국가재난대응 종합훈련’. 소방헬기가 출동해 침수로 고립된 인명을 구출하는 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김해=연합
“침수지역 고립자 구하라” 구출훈련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리 서낙동강변의 옛 공병학교 터에서 열린 ‘2005 국가재난대응 종합훈련’. 소방헬기가 출동해 침수로 고립된 인명을 구출하는 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김해=연합
‘이벤트사의 지휘에 따라 볼거리처럼 진행된 재해 대응훈련.’

2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리 서낙동강변 옛 공병학교 터에서 열린 ‘2005 국가재난대응 종합훈련’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의 평가다.

이날 훈련은 시군 소방공무원과 통리반장 등 1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훈련의 초점은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관련 기관들이 얼마나 빨리 재난 상황을 주민들에게 전파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느냐는 것.

하지만 이날 훈련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이벤트사 주도로 진행됐다.

가상 재난 상황은 ‘태풍과 집중호우로 김해시 한림면 일원에 수해가 나 사망 26명 등 10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1193가구 333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것.

진행자로 나온 남녀 성우 2명이 이벤트사가 마련한 사전 각본에 따라 고립자 구조, 제방 복구 등을 지시하고 훈련에 참가한 370여 명의 공무원은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이벤트 방식이어서인지 긴급 대응과 복구는 너무나 형식적이었다. 하천의 제방 복구는 김해시청 직원과 군 장병 등 100여 명이 하천이 아닌 행사장 마당에서 50여 개의 모래 포대를 외줄로 1.5m 정도 쌓아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모의 제방’은 손으로 슬쩍 밀면 넘어질 만큼 허술했다.

전기와 가스, 수도, 통신 복구 훈련은 관련 기관 직원들이 장비를 가지고 와 지상에 임시로 설치된 관로의 나사 몇 개를 죄는 수준이었다. 가스 수도 관로나 전기 통신 선로가 지상에 설치된 것으로 설정된 것.

김해소방서의 현장지휘소 상황판은 그럴싸하게 비치됐으나 컴퓨터와 팩스는 전원조차 연결돼 있지 않았다.

이번 훈련의 목적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명 구조와 복구 조치에 드는 시간과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필요한 자원은 실제로 동원 가능한지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였지만 훈련 목적은 전혀 달성되지 않았다.

한 참관자는 “재난에 대비한 종합훈련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쇼를 본 느낌”이라고 비꼬았다.

일선 소방서의 한 직원은 “재해 대비와 복구가 이렇게 쉽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며 “미리 현장지휘소 등을 설치해 둘 것이 아니라 훈련 당일 현장지휘소를 설치하고 유관 기관과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 등 지휘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남도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지원 기관의 역할과 임무를 점검하고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재난이 있더라도 잘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진지하게 진행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이벤트사에 30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1억1000여만 원의 행사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김해시를 포함해 강원 동해시(산불), 경기 양평군(건물 붕괴), 충북 충주시(유람선 화재) 등 4곳에서 가상 재난을 설정하고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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