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웨인첨리]세계적 수준 국제학교 세워야

  • 입력 2005년 4월 10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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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기반 시설이 파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폐허 속에서 한국은 반세기 동안 기적을 창출해 냈다. 한국은 지금 세계 10번째 경제대국이며 반도체 철강 조선 전자 선박 휴대전화 해양공학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달리는 경제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전후 산업기반 시설도, 자원도 없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까. 그 원인은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들은 못 먹고 못 입으면서도 자식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식사랑이 어떻게 한국인에게 국한된 것이겠는가.

한 기업이 외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게 마련이다. 우선은 기업 환경, 정부 규제, 노동 유연성, 인건비 등 조건들을 고려한다. 하지만 이것들만이 아니다. 투자를 결정한 뒤에는 당연히 그 자산을 운영할 임원을 파견해야 하는데 이때 많은 기업들이 인재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다.

영어가 통하는 의료시설이나 전반적인 생활 서비스 측면에서 주변국의 주요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아직 외국인이 살기에 편리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 부임하려는 임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 교육 환경에 대한 우려다.

KOTRA가 지난해 10∼11월 외국투자기업 임원 2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교육환경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15.7%에 불과했다. 전국의 44개 외국인 학교 중 22곳은 정원이 100명 이하로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터무니없이 작은 규모이고 정원 1000명을 넘는 학교는 2개, 그 흔한 운동장이 있는 학교는 3개뿐이다. 한국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부모에게도 자녀의 교육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이러한 학부모들의 기대수준에 맞는 학교는 몇 곳이 되지 않으며, 그곳마저 제한된 입학정원으로 매년 대기 리스트를 발표하는 실정이다.

이런 만큼 주요 외국기업들은 임원들을 상대로 한국파견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학연령의 자녀를 가진 많은 파견 후보자들이 가족을 고국에 남기고 가기 위해 짧은 파견기간을 선호하거나 아예 기회를 포기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종종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많은 국가들이 보다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경쟁전략의 일부로 동북아시아의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은 바도 있다. 외국 기업들이 비즈니스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설립 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자유경제지역에서 세금혜택과 규제완화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생활환경의 수준도 비즈니스 환경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국기업 직원들이 경쟁력 있는 학교시설 부족으로 한국파견을 계속 꺼리는 한 한국은 외국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된다.

외국자본 투자유치는 자본유입의 원천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파견되는 외국직원들도 선진 경영기법 도입과 글로벌 비즈니스 표준 전파의 중요 채널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이 외국인을 위한 교육, 서비스 시설 등에서 좀 더 나은 환경을 제시한다면 다른 경쟁국을 물리치고 진정한 동북아의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다임러 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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