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주부 이은선씨의 세 아이 모유로 키우기

  • 입력 2005년 4월 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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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씨와 모유로 키운 세 아이. 이 씨는 모유수유를 할 수 없는 엄마들은 아이를 자주 안아 줌으로써 아이의 외로움을 달래 주라고 조언했다. 사진 제공 이은선
이은선 씨와 모유로 키운 세 아이. 이 씨는 모유수유를 할 수 없는 엄마들은 아이를 자주 안아 줌으로써 아이의 외로움을 달래 주라고 조언했다. 사진 제공 이은선
경남 사천시에 사는 이은선(41·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교육홍보위원장) 씨는 9세(초등 4년), 6세(초등 1년), 21개월짜리 세 아이를 모두 모유로 키웠다.

모유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모유를 먹이겠다는 엄마가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 모유 수유율은 15%로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모유를 포기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젖이 부족하다는 것. 주민자치연구회 연구원으로 일본에 건너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한 이 씨 역시 좀체 젖을 빨지 않으려는 첫째 아이를 보고 젖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육아서적을 찾아봤어요. 20분 정도 젖을 물리고도 아이가 잘 자지 않으면 젖이 부족한 것이니 분유를 주라고 쓰여 있더군요. 그렇다고 모유 먹이는 일을 포기해 버리면 엄마로서의 의무를 내팽개치는 것 같아 쉽사리 그만둘 수도 없었고요.”

모유 수유 컨설턴트인 히라타 기요미(平田喜代美·일본 모유수유추진연구회장) 씨와의 만남은 이 씨에게 모유 수유를 계속할 용기와 지혜를 주었다. ‘사람은 포유류이기 때문에 누구나 엄마의 젖으로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을 접한 이 씨는 저자인 히라타 씨의 진료소를 찾았다.

먼저 쇠고기 국물에 끓인 미역국, 우유와 요구르트, 케이크와 과일까지 젖에 좋다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이 문제였다. 유제품과 계란을 끊고 미역국도 멸치국물로 끓이고 채소를 듬뿍 먹었더니 오히려 젖의 질이 좋아졌다. 아이도 맛있는 젖을 안다. 산모의 피가 탁해져 맛이 없어진 젖을 찾을 리가 없다. 또 산모가 너무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아이는 젖을 소화시키느라 계속 자게 된다. 이렇게 첫째는 15개월까지 모유를 먹였다.

남편의 공부 때문에 독일에서 출산한 둘째가 가장 수월했다고 이 씨는 기억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가슴에 안겨 주더군요. 여기저기 치수를 재고 상태를 점검받은 뒤 대충 씻겨 다시 산모 곁에 있던 조산부에게 데려왔고 1시간 반 만에 출산 후 과정이 모두 끝나자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당차게 쪽쪽 빨아댔습니다.”

아기는 산도를 나오면서 힘든 경험을 했기에 생후 2시간 동안 각성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새들도 처음 보는 것을 부모로 기억한다는데 이때 젖을 물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이 씨는 강조했다.

그래서 귀국 후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가장 먼저 병원을 알아보았다. 출산하자마자 젖을 물릴 수 있는지, 또 모자동실이 가능한지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집 주위에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병원은 없었다. 대신 극성스럽다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출산하자마자 30분 내에 젖을 물리겠다’는 요구를 관철했다. 또 아이와 함께 있기 위해 벅차고 힘들긴 했지만 간호사의 도움 없이 아이를 돌봤다.

임신과 모유 수유에 대한 오해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했다. 첫아이 임신 때 칼슘을 보충한다고 매일 두 잔씩 우유를 마시고 계란을 먹었더니 첫아이가 일곱 살 때부터 아토피피부염 증세를 보였다.

이 씨는 모유 수유를 통해 먹을거리 환경 및 생태, 아토피피부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생협 운동도 알게 됐다. 이제 자연에 맞춘 생활을 하다 보니 큰애는 물론 가족 전체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기에게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을 회복하는 것이고 자연을 살리고 생명을 키우는 소중한 일입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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