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산불]미숙한 초동대응 ‘火’ 키웠다

  • 입력 2005년 4월 5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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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강원 양양지역의 산불이 큰 피해를 낸 것과 관련해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 미흡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불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진화된 것처럼 보였으나 잔불 처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채 소방헬기를 다른 산불지역으로 이동시켜 화마를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소방당국은 산불이 잦아들자 이 지역에 투입했던 소방헬기 14대 중 4대를 비무장지대인 고성지역의 산불 진화를 위해 이동시켰다. 이날 오후부터 바람이 거세진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지만 이를 간과한 것.

오후 1시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남아 있던 불티가 낙산사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곧바로 고성 쪽으로 보냈던 소방헬기를 양양 쪽으로 돌렸지만 이미 천년고찰 낙산사는 불길에 휩싸여 재로 변한 뒤였다.

낙산사 측은 이날 오전 긴급 구입한 소화기 150개로 자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원지역 등 산림이 우거진 산악지역에서는 헬기가 유일한 진화장비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소방헬기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초대형 헬기 2대를 비롯해 대형 26대, 중형 12대, 산불 감시용 2대 등 총 42대. 초대형 헬기는 한번에 1만L, 대형은 3000L, 중형은 1000L의 물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초속 20∼30m의 강풍이 불 때 산불을 진화할 수 있는 헬기는 초대형과 대형뿐이어서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것. 강풍이 불었던 양양지역에는 중형 헬기가 접근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은 “강풍이 불고 여러 곳에서 산불이 나면 초대형 헬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헬기가 진화에 나서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2006년까지 초대형 헬기 1대 등 산불진화 헬기를 총 48대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일 오후 11시경 양양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20시간 만인 5일 오후 7시에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재난 대응에 문제를 드러냈다.

기상청 역시 4일 오후 4시 반 강풍주의보를 발령한 뒤 5일 오후 4시에야 강풍경보로 대체해 “산불이 커지자 뒤늦게 경보를 발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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