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 개선’ 정치권 논의 진통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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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0∼40년 뒤 재원이 완전히 바닥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국민연금제도 개선방안을 놓고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논란의 핵심 쟁점은 보험료율과 급여수준을 어떻게 조정해야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재정 고갈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정도 딴 목소리=정부는 고(高)급여-저(低)부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료율은 올리고 급여수준은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시했다. 현행 월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2010년 10.38%로 올린 뒤 2030년까지 15.9%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급여수준은 현행 평균소득의 60%에서 2007년 55%, 2008년 50%로 내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재정 고갈 시점을 일단 2070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급여수준은 낮추되 보험료율은 2008년까지 그대로 유지하자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목희(李穆熙)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국민의 정서와 요구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의 계산이 정확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2008년 기금의 재정 상태를 본 뒤 보험료율 인상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이 2007년 말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뒤로 미루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3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주재로 당정 협의를 갖고 보험료율 인상 문제를 논의했으나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원내부대표는 이날 “4월 임시국회에서 당의 방침대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제각각=그러나 한나라당은 보험료율을 따지기 전에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연금액을 국고에서 지급하는 기초연금제 도입 문제부터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기초연금제가 시행되면 보험료율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기초연금제 시행엔 엄청난 국고가 투입되기 때문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 문제로 시간을 끄는 동안 기금 재정은 계속 고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생각은 또 다르다. 국민연금은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결함을 안고 있기 때문에 급여수준을 낮춰 일정기간 기금 적립금을 늘리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045년 적립금이 1331조 원에 이르게 되고, 이게 노령 인구 증가에 따라 연금지급 형식으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시장에 큰 혼란이 생기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급여수준 조정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기초연금제 도입에 대해선 민주노동당은 찬성, 민주당은 장기 과제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손을 잡고, 정부와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반대편에 서는 묘한 형국이다.

▽학계 입장=마찬가지로 급여수준 조정과 보험료율 인상 문제를 놓고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권문일(權汶一) 교수는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급여수준을 내릴 경우 소득 하위계층이 받는 타격이 심대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주은선(朱垠宣) 박사는 “보험료율을 당장 올릴 필요는 없다.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식 등 다른 재원을 찾아야 하고 급여수준도 인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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