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곳에 가면/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 입력 2005년 3월 1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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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인천의 대표적인 ‘도심 속 농촌’으로 꼽히는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88만 평 규모의 인천대공원 뒤편 관모산과 소래산 사이 구릉지에 자리 잡은 이 마을에 들어서자 봄의 생기가 가득했다.

동네 길목에 있는 ‘야생화 세상’에서는 400여 종의 야생화를 재배하고 있었다. 겨울 문턱을 지나자마자 꽃망울을 터트린다는 복수초가 봄의 전령답게 노란 꽃잎을 만개했고, 노루귀 얼레지 족도리 곰버들 등 다른 야생화들도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이 곳은 야생화의 이름과 생장과정을 익히는 현장 학습을 위해 인천 지역 유치원생과 초등생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울타리는 쳐졌지만 출입이 자유로운 ‘연세대 장수농원’에서는 등산객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연세대 직영농장인 이 곳은 8만여 평 규모로 향나무 백송 반송 주목 목백합 등 60여 종의 관상용 조경수를 키우고 있다.

농장 한가운데 비닐하우스에는 10년 넘게 키운 분재가 수두룩해 마치 분재 전시실에 온 듯했다.

만의골의 자랑거리는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800년 된 은행나무(높이 30m 둘레 8.6m). 잎사귀는 없지만 5개 가지가 균형을 이뤄 사방으로 퍼진 모습이 싱싱하고 힘차 보였다.

단풍철인 늦가을에 관모산에서 이 은행나무를 바라보면 마치 한 조각의 노란 은행잎을 보는 듯 하다고 한다.

인천대공원 생태지킴이 김영숙(42·주부) 씨는 2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 이상 이 은행나무를 보러 만의골을 찾는다.

김 씨는 “복잡한 도심에서 차를 타고 10분만 오면 한적하기 그지없는 만의골에 올 수 있다”며 “항상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은행나무의 사계절 모습을 꾸준히 사진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네는 무(無)농약 유기농법으로 쌀, 야채, 과일을 생산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인천대공원∼소래포구로 이어지는 장수천은 여전히 가재들이 살고 있고, 마을 논밭에는 노루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발자취가 많다.

대부분 원주민들이 운영하는 이 마을 음식점들에서는 직접 재배한 청정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1시간 반∼3시간 반짜리 코스의 등산을 마친 뒤 손두부 막국수 닭백숙 동동주 등 정감 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음력 10월에 굿을 펼치는 도당터와 인천시 기념물(제3호)인 김재로(金在魯·1682∼1759) 묘도 들러볼 만 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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