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동강 난 박정희 친필현판… 서천문화원장, 훼손후 전시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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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충의사의 윤봉길 의사 사당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현판을 양수철 서천문화원장이 떼어내는 모습(위). 양 원장은 떼어낸 현판을 세 조각낸 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작품전시전을 벌이고 있는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앞 계단에 전시했다. 두 사진은 오마이뉴스가 촬영한 것을 연합뉴스가 받아 제공했다.
1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충의사의 윤봉길 의사 사당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현판을 양수철 서천문화원장이 떼어내는 모습(위). 양 원장은 떼어낸 현판을 세 조각낸 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작품전시전을 벌이고 있는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앞 계단에 전시했다. 두 사진은 오마이뉴스가 촬영한 것을 연합뉴스가 받아 제공했다.
충남 예산군 충의사 내 매헌 윤봉길(梅軒 尹奉吉·1908∼1932) 의사의 사당에 걸린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떼어내 조각낸 현직 지방문화원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1일 오전 7시 40분경 양수철(梁壽澈·46) 서천문화원장이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 충의사 담장을 넘어 윤 의사 사당 윗부분에 걸린 ‘충의사’ 현판을 떼어냈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을 지낸 양 원장은 이 현판을 세 조각으로 부숴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작품전시전을 벌이고 있는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앞 계단에 전시했다.

충의사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반이어서 당시 경내에는 직원들이 없었다. 양 원장이 현판을 떼어내는 모습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이 현판은 박 전 대통령이 윤 의사 의거 36주년 기념일인 1968년 4월 29일 충의사 준공식에 참석해 현장에서 쓴 것이다. 가로 150cm, 세로 60cm 크기에 ‘忠義祠 1968년 무신년 4월 대통령 박정희’라고 적혀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애국지사인 윤 의사의 기념물에 친일파 박정희의 친필 현판이 어울리지 않아 그동안 당국에 수차례 철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양 동지가 쾌거를 이뤘고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강성원(姜成元) 충의사 소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현판을 몰래 떼어낸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예산경찰서는 오후 7시경 자진출두한 양 원장을 조사한 뒤 공용물 손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양 원장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 충의사를 방문해 “정부가 현판을 철거하지 않으면 직접 철거하겠다”고 나서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충의사에는 윤 의사의 사당과 기념관, 생가 등이 있다. 윤 의사가 1930년 만주로 망명하기 직전까지 태어나 성장한 곳으로 그의 상하이(上海) 훙커우(虹口) 공원 의거를 기념해 매년 4월 29일 매헌 문화제가 열린다.

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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