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표류]툭하면 “스톱”…부담은 국민몫으로

  • 입력 2005년 2월 4일 18시 02분


코멘트
대형 국책사업들이 시민단체, 종교계와의 갈등으로 잇따라 표류하고 있다.

사업 표류는 공기 지연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고 결국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책사업 표류로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국책사업들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총체적 난맥에 빠져 있다.

1987년 첫 삽을 뜬 새만금간척 사업은 두 차례나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기가 이미 7년 이상 지연됐다. 사업비도 당초 8200억 원에서 2조514억 원으로 2.5배가량 늘어났다.

4일 서울행정법원이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추가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에 따르면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면 기존 방조제가 파도에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강공사로만 연간 800억 원이 들어간다.

불교계의 환경영향 공동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공동조사 기간 중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기로 약속함에 따라 대형 발파(發破)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당초 2010년 개통 예정이던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의 완공이 지연돼 직접적인 손실만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개통 지연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손실까지 감안하면 연간 2조 원에 이른다는 계산도 있다.

정부가 1984년부터 추진해 온 원전수거물관리센터도 20년이 넘도록 진척이 없다. 그동안 후보지 물색을 위해 광고나 홍보비로 쓴 비용만 수천억 원에 이른다고 하지만 사회적 갈등 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이를 훨씬 뛰어넘으리라는 지적이다.

▽국책사업 추진에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전문가들은 국책사업의 표류 원인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추진방식과 불충분한 사전 준비에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환경, 여성 문제처럼 종전에 소홀히 여겨졌던 사회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지만 정부는 1970년대의 ‘개발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책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다.

공사계획이 완성되거나 공사가 시작된 뒤에야 환경훼손 우려 요인이 발견돼 사업이 표류하는 사례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소수의 강경한 목소리’가 국책사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특정 견해를 가진 집단의 대안 없는 반대에 다수의 공익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일정 비율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추진될 수 있는 것처럼 국책사업에서도 ‘다수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헌동(金憲東)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이익집단 간의 의견을 조율해야 할 정부가 국책사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사전준비가 치밀하지 못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국책사업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민간 전문가 조직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