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무원 低利대출 중단”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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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100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은 앞으로 은행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 국민 우리은행 등 14개 은행은 공무원의 퇴직금을 담보로 잡을 수 없으면 공무원 대상 저리 신용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공무원이 빌린 돈을 갚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대출받은 공무원이 퇴직금을 받으면 해당 은행의 계좌로 입금토록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고 그동안 5%대의 싼 이자로 대출해 왔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공무원의 퇴직금에 대해 질권(質權)을 설정할 수 없지만 퇴직금으로 은행 빚을 우선 상환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간주해 낮은 금리를 적용해 온 것.

그러나 지난해 9월 개인채무자회생제도가 시행된 이후 공무원들이 법원에 신청해 은행 빚을 탕감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법원은 공무원 퇴직금은 담보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인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쓴 뒤 제도를 악용해 빚을 탕감받는 도덕적 해이가 공무원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에서 돈을 빌린 후 법원에 빚 탕감을 신청한 공무원은 지난해 11월 30여 명에서 현재 100여 명으로 급증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32명에서 58명으로 늘었다.

14개 은행은 최근 공동 명의로 공무원 대출을 ‘담보 대출’로 유권해석을 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은행들은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무원 대출 협약을 해지해 공무원 대출 금리를 일반 신용대출과 같은 9% 이상으로 올리고 대출 가능 금액도 대폭 줄일 계획이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개인채무자회생제도:

금융권에 빚이 많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법원의 승인을 얻으면 이자와 원금 일부를 탕감 받고 나머지는 8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는 제도. 지난해 9월 23일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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