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어려워 비상장주식 상속-증여세로 납부뒤 싸게 재매입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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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상속세나 증여세로 대신 납부(물납)하고 이를 저가로 다시 매입하는 수법이 탈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국가재정에 손실이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감사원이 밝힌 ‘변칙 상속 증여 및 음성 불로소득 과세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4년 1분기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비상장주식으로 물납된 상속 증여세 1865억 원 중 납부자와 가족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에게 되팔아 회수한 금액은 951억 원(5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물납을 한 사람들은 914억 원가량의 절세 효과를 누렸고, 같은 금액만큼 국고 수입은 감소했다는 것.

실제로 비상장사인 A 산업 대표이사는 178억 원의 증여세를 21만 주 가량의 주식으로 대신 납부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이를 공매에 부쳤으나 비상장주식이어서 매매가 안됐다. 그러자 A 산업 측은 싼 가격(84억 원)으로 이 주식을 전량 회수해 94억 원의 차액을 챙겼다.

감사원은 “일부 피상속인들은 가격기준이 뚜렷한 부동산 등을 상속받고도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 물납 대상에서 제외시킨 뒤 비상장 주식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5월 현재 자산관리공사가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은 3774억 원에 달했다.

한편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의 명의를 빌려 룸살롱 등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탈세 또는 세금을 체납하고 폐업 신고를 한 뒤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사람의 명의로 다시 영업하는 수법도 횡행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유흥주점 봉사료는 원천징수세율(5%)이 낮고 특별소비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매출액 중 술값 대신 봉사료 비율을 높이는 고전적인 탈세 수법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흥주점의 신용카드 매출액 중 봉사료 비율은 1998∼99년 34% 선에서 2000∼2003년에는 47%로 대폭 증가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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