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문학英才에 던진 안도현의 話頭

  • 입력 2004년 12월 28일 20시 21분


코멘트
“이번 만남은 이렇게 끝나지만 훗날 훌륭한 문인이 돼 다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27일 경북 김천시 아포읍 경북도청소년수련원. 시인 안도현(安度眩·43·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씨는 경북지역 ‘문학 꿈나무들’ 앞에서 2시간 동안 ‘내가 왜 문학을 하는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경북 예천 출신인 그는 대구의 대건고 재학 중 제2회 화랑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을 받았다. 1972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화랑문화제는 경북도내 중·고교생들이 기량을 겨루는 전통 있는 문예잔치.

이날 시인과 만난 학생들도 올해(32회) 화랑문화제의 시와 수필 등 문학 분야에서 금상을 받은 경북도내 중고교생 70명. 꼭 30년 만에 화랑문화제 출신 선후배가 만난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과 연탄재 가운데 시적(詩的)인 말은 촛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연탄재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을 때 개성 있는 시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사랑’이나 ‘희망’ 같은 말을 학생들이 좋아하지만 뜻이 너무 커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관념적인 말로 시를 쓰면 생동감이 떨어져 감동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말을 꾸미는 것보다 어떤 대상을 잘 드러내려고 애써야 한다”며 “‘노란 개나리’라는 표현보다는 ‘병아리 부리 같은 개나리’가 독창적인 표현”이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그의 말을 내내 귀담아 들었다. 경주 감포중 3학년 엄상글 군(16)은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가 나오는 데 직접 만나게 돼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고 좋아했다.

경북도교육청이 29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문학영재’ 특별교육에는 안 시인을 비롯해 수필가인 박양근 부경대 교수, 시 낭송 전문가인 곽홍란 성덕대 교수, 구미여자정보고 김양헌 교사 등 9명이 나와 학생들을 만난다.

경북도교육청 중등장학과 손수성(孫洙星) 장학사는 “영재(英才)라면 흔히 과학 분야만 생각하지 쉽지만 문학도 중요한 영재교육 분야”라며 “중고교 시절에 보인 문학 자질이 활짝 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