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안동 국학진흥원 지하 수장고를 가다

  • 입력 2004년 12월 27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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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 선생의 종가인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내 충효당(忠孝堂) 측은 소장하고 있던 목판 1800 여장을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의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沈宇永)에 보관을 위탁했다.

이 중에는 서애 선생이 임진왜란 7년의 경험을 기록한 징비록(懲毖錄·국보 132호) 목판 221장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의 저작 목판 4000여장이 수백 여 년 만에 도산서원을 나와 이 곳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국학진흥원으로 옮겨진 귀중한 문화유산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국학진흥원은 2002년부터 전국의 문중 등에서 위탁받고 있는 고문서와 목판 등을 진흥원 본부 건물 지하 1층 수장고(收藏庫)에 보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수장고에 모인 기록문화유산은 고서 4만7000 여권, 고문서 4만8000 여점, 목판 3만8000 여점 등 모두 13만 여점. 이들 자료 중에는 보물급이 448건이며, 경북도 지정 문화재는 111건.

안동의 종택에 있던 조선 중기 문인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 선생의 초상화(보물 872호)도 며칠 전 이곳으로 옮겨졌다.

수장고를 지하에 설치한 까닭은 도난을 방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 건물 입구에서 지하 수장고까지 가는 동안 출입자는 감시용 카메라에 7번 정도 촬영된다.

진흥원 측은 수장고에 누가 드나드는지 이 카메라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며, 사설 경비업체도 24시간 수장고를 감시하고 있다.

누군가 ‘딴 마음을 먹고’ 수장고 문을 열면 자체 경비시설과 사설 경비업체, 진흥원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파출소 등에서 즉각 감지하도록 돼 있다.

도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료훼손 방지. 상당수가 수백 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습기나 해충 등에 약한 편이다.

수장고 내 서가와 벽은 습기와 해충에 강한 재료인 오동나무로 만들어졌고 실내온도(21∼22도)와 습도(30∼40%)도 연중 일정하게 유지된다.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해 스프링클러와는 다른 특수 소화시설도 갖춰져 있다. 이 소화시설은 불이 나면 수장고 안의 산소를 순식간에 없애 화재를 차단한다.

국학진흥원은 지하 수장고가 이미 가득 차 자료 보관을 위해 장판각을 건립하고 있다.

국학자료팀장인 설석규(薛錫圭·49) 박사는 “자료 위탁이 이어지고 있어 국학진흥원이 머지않아 규장각 수준의 ‘국학자료 보고(寶庫)’가 될 것”이라며 “우선 목판 10만장이 모이면 유엔을 통해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학진흥원에는 수장고를 비롯해 유교문화전시관과 조선 후기 양반의 생활관 등 유교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실이 있어 견학하기에도 좋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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