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석희]맞춤형 교육에 힘 모을때다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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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교육인적자원부의 ‘수월성 교육 종합대책’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 수준과 적성에 적합한 ‘개별화 맞춤식 교육’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평준화 제도는 중간 이하에 속하는 아이들의 성취도를 높게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1972년 미국 교육부장관 시드니 말랜드는 상원에 “뛰어나기 때문에 정규교육과정 이상의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전체 학생의 3∼5%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우리의 평준화제도하에서 잠재력을 최대로 계발하지 못한 아이들이 주로 상위 5%에 속한 아이들이라는 점과 유사한 맥락이다. 수월성 교육은 부유한 가정의 우수아에게만 유리한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종합대책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교육하는 시스템 구축도 포함돼 있다.

▼수준따라 개별수업 실시▼

영재교육진흥법이 통과되던 1999년만 해도 언론과 일반 시민들은 심히 불안해했다. 특히 계층 간 집단 간 위화감의 심화와 사교육의 과열을 우려했다. 그러나 우려는 없어지고 오히려 이를 확대 실시해도 좋겠다는 정책 결정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렇게 된 데는 영재교육을 프로그램의 형태로 실시했고, 점진적으로 확대했으며, 20년 넘게 축적된 연구 개발 결과로 현장에서 필요한 자료와 연수를 즉각 제공해 주었고, 자치단체별 영재교육기관별로 자율적인 시행을 격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영재교육과 수월성 교육의 확대 정책 결정에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위 0.3%를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할 때와 향후 상위 5%를 대상으로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다르다. 개인의 잠재력 최대 계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 할 때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집단 편성이다. 왜 자기 자녀는 우수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지 항변하는 부모, 처지는 아이들만 지도하는 것은 힘들고 재미없다고 불만을 표하는 교원이 많아질 것이다. 교실과 교원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있을 것이다.

제도는 도입됐지만 소프트웨어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학생 특성의 진단, 집단 편성 방법, 수업과 평가 방법에서의 교사의 전문성이 제고돼야 한다. 이에 관한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개발 실시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재능과 그 수준을 확인하고 지도하는 데에 필요한 검사도구와 교수·학습 자료도 개발 보급돼야 한다.

학부모와 교원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도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 우수한 아이들은 자기네끼리 공부할 때, 성취가 부진한 아이들은 일반 아이들과 섞여 공부할 때 더 성취도가 높아진다는 점과 학생의 현재 수준과 적성에 알맞은 교육처방을 해 줄 때 잠재력이 최대로 계발된다는 점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이를 충분히 인식할 때 여러 구성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학교마다 각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사교육에 대한 욕구도 감소될 수 있다.

▼행정-재정적 특단의 지원을▼

수월성 교육의 목표는 제도적인 변화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 그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전문적인 교사, 자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최대로 키워주려는 부모, 다양한 분야의 최고 학생을 선발하고 적절히 교육하려는 대학 관계자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진 것이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다. 이제 세계는 ‘1등이 아니면 꼴찌’라는 생각으로 고급 인적자원 계발이라는 새로운 전쟁을 이미 시작했다. 여기서 엉거주춤 있을 수 없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으로 무장한 고급 두뇌를 양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시도가 성공하려면 행정적 재정적 차원에서 특단의 집중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석희 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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