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조서 증거능력 불인정” 판례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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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 변경을 둘러싸고 논란과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검사들은 물론 일부 판사들조차 판결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논란이 많은 두 가지 쟁점에 대해 정리해본다.

▽피고인(기소되기 이전에는 피의자)이 법정에서 부인하기만 하면 검찰 조서는 무력해지나=대법원의 새 판결 요지는 “검찰 조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가 진술한 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며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 조서는 법정에서 원(原) 진술자에 의해 인정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 본문을 정확히 해석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 검사가 조서를 받으면서 그 장면을 녹음하거나 녹화해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

검찰은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이뤄진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는 형소법의 같은 조항(312조 1항) 단서규정을 들어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다. 녹음이나 녹화는 ‘특신상태’에 대한 확고부동한 증거라는 것.

그러나 법원 해석은 다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312조 1항 본문과 단서는 ‘또는’(or) 관계가 아니라 ‘그리고’(and) 관계”라고 말했다. 둘 중에 하나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 충족돼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

대법원도 판결문(2쪽)에서 “법문(法文)에 의하면 ‘원 진술자의 진술(시인)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 이외 다른 방법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 조서도 피고인이 “내가 진술한 대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 휴지 조각이 된다.

이 같은 결론에 대해서는 일선 판사들도 “검찰이 너무 무력화돼 사법정의가 위태로울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법 해석상 어쩔 수 없다”며 “312조 1항 단서를 분리해 별도조항으로 만드는 등 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술조서 부인에는 조서 내용을 부인하는 것도 포함하나=대법원 판결 직후 한 독자는 “이 판결이 정대철(鄭大哲) 전 의원의 경우에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정 전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굿모닝시티 사장 윤창열(尹彰烈) 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으므로 진술의 증거능력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

그러나 이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윤 씨는 “내가 진술한 대로 조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한 대로 작성됐지만) 당시의 진술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서가 진술대로 작성되긴 했지만 검찰 조사 때 사실과 다른 거짓진술을 했다’며 조서의 내용을 부인한 경우에는 대법원의 판례 변경이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법원과 검찰 간에 이견이 없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형사소송법 제3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①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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