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영화 ‘아는 여자’와 잠실야구장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7시 37분


코멘트
“여기 어떻게 왔어요?”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은 느닷없이 훈련장에 나타난 이웃집 아가씨 이연(이나영)에게 놀라서 묻는다. “물어물어 왔지요.” 치성을 짝사랑해 온 이연의 엉뚱한 대답처럼 영화 ‘아는 여자’는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한 야구선수의 사랑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간다. 이 영화는 1982년 준공 후 야구팬들과 환호와 탄식을 함께해 온 잠실야구장에서 촬영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여기 어떻게 왔어요?”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은 느닷없이 훈련장에 나타난 이웃집 아가씨 이연(이나영)에게 놀라서 묻는다. “물어물어 왔지요.” 치성을 짝사랑해 온 이연의 엉뚱한 대답처럼 영화 ‘아는 여자’는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한 야구선수의 사랑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간다. 이 영화는 1982년 준공 후 야구팬들과 환호와 탄식을 함께해 온 잠실야구장에서 촬영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동치성(정재영). 9회 말 경기가 한창인데 난데없이 관중석에서 싸우는 연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떠나려는 남자를 향해 울부짖는 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치성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야구공을 보지 못한다. 치성은 글러브가 아닌 머리로 야구공을 받고 두산 베어스는 역전패를 당한다.

“야구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순간을 내가 만들었다. 나는 처음으로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다.”

곧 2군으로 강등된 치성에게 연이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여자친구는 떠나가고, 의사로부터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이어 그를 10년이나 몰래 짝사랑한 이웃 이연(이나영)이 갑자기 치성의 삶에 뛰어든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등으로 독특한 코미디 미학을 펼쳐 온 장진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아는 여자’(2004년 개봉)는 사랑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탐구해 관객과 비평가 모두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인공이 야구선수인 영화라 당연히 야구장이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내 잠실야구장에서 촬영했다.

경기 장면들은 열렬한 야구광인 장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아 찍었다. 치성의 캐릭터는 2군에 있다가 재기에 성공한 두산 베어스 투수 박명환을 모델로 했다(치성의 등번호도 박명환과 같은 27번이다).

야구장이라는 배경은 어찌 보면 흔해 빠진 설정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야구선수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생각할 때 떠올리기 쉬운 ‘관중석을 향한 고백’이라든지 연적과의 승부 같은 뻔한 이야기는 없다.

영화는 뻔한 남녀 간의 사랑을 전혀 뻔하지 않게 그려내며, 국내 영화 가운데 야구장이라는 그림을 가장 생동감 있게 잡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완공된 지 20년. 서울시민에겐 너무도 익숙한 장소인 잠실종합운동장을 뻔하지 않게 즐기는 방법은 정규시즌이 아닌 때, 큰 경기를 피해 찾아가는 것이다. 제2수영장 옆 생활체육교실(02-2240-8763∼4)에서는 에어로빅 요가 검도 스포츠댄스 발레 등을 월 강습료 3만 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배울 수 있다. 주경기장 주진입로에는 눈썰매장(02-419-0983∼4)이 만들어져 2월 말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 1만 원.

야구장, 주경기장 등 여러 경기장들 사이를 그냥 걷기만 해도 훌륭한 공원이 된다. 나무숲과 분수대가 썩 괜찮다. 바로 앞 한강공원 잠실지구는 야경이 볼만하고,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탈수도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걸어갈 수 있고 차로 가도 주차 공간이 충분한 편(2000대, 1회 입장에 3000원)이다. 인근 한강둔치 주차장(1400대)과 탄천주차장(2000대)도 이용할 수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