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사립화’ 로플린총장 추진방침에 일부 교수들 반발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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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6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총장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기적으로 카이스트를 사립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뉴시스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6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총장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기적으로 카이스트를 사립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뉴시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로플린 총장(54)이 16일 KAIST를 사립(私立)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로플린 총장은 KAIS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사립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학교 교수들은 “사실상 KAIST의 과학기술 연구 중심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라며 반발하고 있다.

▽KAIST 비전=로플린 총장은 16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자신의 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AIS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궁극적으로 사립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구상에 대해 과학기술부와 논의했고 ‘내부 반발이 없다면 간여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립화는 궁극적인 추진 목표로 당장은 국립대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14일 교내 교수들과 가진 워크숍에서 △등록금 확대 징수 △정원 2만 명으로 확대(현재 7000명) △학부 커리큘럼 다양화 △기업가 소양 프로그램 도입 등을 ‘KAIST 비전’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학교 운영을 학부 중심으로 바꾸고 의과 및 법과 예비과정을 설치하는 방안이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KAIST는 이론과 응용력을 갖춘 고급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1971년 과기부 산하 국립대로 설립됐다. 정부지원금 30%, 정부와 기업 연구프로젝트비 70%로 운영된다. 1992년부터 국내 최초로 무시험전형을 도입해 과학고 출신 등 과학영재를 뽑는다. 학생들은 학기당 등록금(기성회비)으로 84만 원가량을 낸다.

▽사립화의 의미 논란=로플린 총장은 “한국의 이공계 대학을 살릴 방안은 바이어(구매자)가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고, 여기서 바이어는 ‘학부모’를 의미한다”며 “사립화는 학교가 학부모의 만족 여부에 민감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KAIST 관계자는 “총장이 학부모를 바이어로 표현한 것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학생들이 졸업해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학교를 개편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AIST 교수들은 “미국 스탠퍼드대 등은 이공계 학생의 3분의 2가량이 의대 법대 대학원으로 진학하지만 워낙 자원이 많아 과학기술인재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면 국가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KAIST는 적립된 기금이 거의 없고 등록금 재정충당률도 4%대여서 현실적으로 사립화가 어렵고 정원이 늘어날 경우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구상 발표 과정 논란=로플린 총장의 구상은 극소수 학교 고위층에도 최근에야 알려졌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교 발전 구상을 만들 때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비춰 보면 매우 파격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교수들은 “개인 의견을 어떻게 학교의 비전으로 발표할 수 있느냐”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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