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高 他계열진학 불리… “그럼 해외대학으로”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39분


코멘트
《내년 3월 한국외국어대부속고 국제계열에 입학하는 김모 군(15)은 미국 아이비리그의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어릴 적 호주에서 생활한 탓인지 한국 학교의 경직된 분위기와 수업에 실망해 해외 유학을 결심했다.아버지 김모 씨(46)는 “경제적 뒷받침도 힘든 데다 한국은 인맥이 중요해 국내에서 학부를 다니라고 설득했지만 아이의 생각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외고들이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는 ‘해외 유학반’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부터 외고 졸업생이 동일계열 이외의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불리해지는 데다 국내의 교육환경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유학반 강화=대원외고의 1학년 대상 해외유학반은 72명이지만 내년에는 정원 420명의 35%가 넘는 15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한영외고 역시 현재 1학년은 34명이지만 내년엔 6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영외고 유학반 담당 김수경 교사는 “15일까지 해외유학반 신청을 받아 1월 한 달 동안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만한 자질을 갖췄는지 점검한다”며 “지난해와 달리 인터넷과 전화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2005학년도에 처음 신입생을 뽑은 한국외국어대 부속고도 총 10개 반 중 4개 반(140명)을 해외유학을 고려한 ‘국제계열’로 편성했지만 해외유학반 수요가 많아 이와는 별도로 35명을 뽑아 ‘해외유학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외고 출신의 합격자도 크게 늘어 대원외고에서는 2000년 처음으로 9명이 미국 대학에 합격했으나 지난해엔 61명으로 급증했다. 한영외고의 합격자는 지난해 18명에서 올해엔 34명으로 해외유학반 전원이 진학했다.

▽외고에서 해외유학이 주류?=외고 학생 가운데 해외 대학으로 직접 진학하는 비율이 20∼40%에 이르고 2008학년도 대입부터 동일계열 이외의 국내 대학 진학도 불리해지는 만큼 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외고의 한 관계자는 “해외유학반을 현재처럼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이 아닌 ‘정규 과정’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외유학반 학생은 오후 3시까지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정규 교과목에 대한 수업을 들은 뒤 오후 10시까지 유학 대비 수업을 한다.

한영외고 김 교사는 “해외유학반 학생들의 성적은 입학 당시 최상위권”이라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해외에 나가 외국의 인재들과 경쟁해 뒤처지고 낙오되면 국가적 손해”라고 말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金聖鎰) 교수는 “해외 대학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국내 대학을 피해 해외로 나간다는 점이 심각하다”며 “정부도 유학 수업을 제재하기보다는 교육과정, 교사진 등의 자격과 기준만 엄격하게 제시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