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수사확대]대리시험도 대규모… 끝모를 충격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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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원서 사진 촬영충남지방경찰청 경찰관들이 1일 대전시교육청을 찾아가 수능 대리시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청에 제출한 대전지역 수험생들의 응시원서를 촬영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진을 구청의 주민등록 화상자료와 비교해 대리시험 응시자를 가려낼 계획이다. 대전=연합
응시원서 사진 촬영
충남지방경찰청 경찰관들이 1일 대전시교육청을 찾아가 수능 대리시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청에 제출한 대전지역 수험생들의 응시원서를 촬영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진을 구청의 주민등록 화상자료와 비교해 대리시험 응시자를 가려낼 계획이다. 대전=연합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데 이어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리시험도 그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리시험의 경우 시험감독뿐 아니라 응시원수 접수 단계에서부터 교육당국이 기본적인 신분 확인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나 시험 관리감독 전반에 대한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리시험 100명 넘을 수도”=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교육청에 개별적으로 응시원서를 낸 재수생 등 6832명 중 27명이 응시원서 사진과 주민등록증의 사진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2일까지 확인작업을 마치면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서울에서 27명의 대리시험 의심자가 확인됨에 따라 비슷한 대리시험 비율을 가정할 경우 전국적으로 100건 이상의 대리시험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 전국의 지방경찰청도 대리시험자 확인을 위해 해당 지역 교육청에 직접 원서를 낸 재수생 및 검정고시 출신자들의 수능 원서와 주민등록 원부의 사진 대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 브로커 드러나나=대리시험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학생이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는 어려워 학부모가 사전에 알고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비용은 지역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K대 의대생 신모씨(26)는 “지난해 대리시험을 봐주면 3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9월 인터넷 입시관련 게시판에 대리시험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연락을 하자 서울권 의대 진학이 가능한 점수를 받아주면 3000만원을 주겠다는 답장이 왔다는 것.

특히 신씨가 받은 답장에는 “주민등록증 사진을 바꿔 수험증을 위조하면 된다”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돼 있어 전문 브로커 개입이 의심되고 있다.

신씨는 “주변의 의대 친구들도 대리시험 제의를 많이 받았다”고 말해 지난해에도 대리시험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돈을 벌려는 대학생과 의뢰인을 연결해 주는 전문 브로커들이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이날 자수한 모 의대 재학생 K씨(21·서울 서초구)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H씨(21·울산 중구)의 부탁을 받고 현금 40만원과 함께 거액의 해외여행 경비를 지원받기로 하고 대리시험을 치렀다.

K씨는 울산시교육청에 응시원서를 제출했고 울산 모 고교에서 시험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자수자 이어지나=1일 하루 동안에만 대리시험 가담자 3명이 경찰에 자수해 옴에 따라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사진 대조작업을 통해 수사망을 좁혀오는 데 부담감을 느끼고 자수를 택했다. 경찰이 자수자에 대해 불구속 입건하는 등 선처를 하고 있어 자수행렬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해 등 과거의 대리시험까지 적발해 처벌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리시험의 처벌 근거가 되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수사나 처벌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재수생의 입시원서를 1년 동안만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과거의 대리시험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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