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不正파문]“인터넷이 선생님”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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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전화 부정행위를 주도한 수험생들은 모의 전 과정에 걸쳐 인터넷을 통해 범행 수법을 구체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에 나도는 각종 ‘커닝 비법’들을 수집해 체계화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고, 인터넷을 통해 커닝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구입한 것.

이들은 특히 “어른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서툴다”며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결국 인터넷상의 제보로 덜미를 잡혔다. 인터넷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주범 22명은 인터넷에 매달렸다”=이들은 범행모의 전 과정에서 인터넷을 이용했다. 이번 부정행위에 이른바 ‘선수’(답제공자)로 참여한 광주 J고 K군(18)은 “원멤버 22명은 인터넷을 보고 수능 비법 연구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이들 22명은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휴대전화로 커닝하는 방법’ 등을 검색해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장비로 커닝하는 방법과 관련된 자료를 샅샅이 모았다.

이어 자료에 나타난 장비의 특성과 가격대, 커닝 사용 경험담, 적발 가능성 등을 철저히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손쉽게 정답을 전송할 수 있고 몸에 숨기기 쉬운 폴더가 없는 바(bar)형 휴대전화가 단종됐다 최근 다시 출시된 사실을 알게 됐다.

10월 중순 이들은 장비 구입대금을 모금한 뒤 유명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휴대전화 50대를 샀다. 이 휴대전화의 음질 등이 약할 것에 대비해 이어폰 등도 함께 샀다.

범죄 수법도 인터넷 자료를 토대로 구체화했다. 소규모로 커닝을 했기 때문에 취약 과목의 몇몇 문제 정답만 알면 됐던 선배들과 달리 이들은 전 과목과 전 교시의 정답 송수신에 필요한 수법을 정리했다.

‘수신-기록-전송조로 편성한다’, ‘정답 전송은 휴대전화를 두드린다’ 등등….

정답을 송신하기 전 ‘주관식 1∼20번’은 ‘주 1∼20’, 홀수형은 ‘홀’, 수리영역은 ‘수리’ 등의 암호를 문자메시지로 먼저 보낸다는 계획도 정했다.

▽인터넷 제보로 덜미=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11월 초부터 이 같은 계획을 전해들은 익명의 제보자가 광주시교육청과 각 학교, 경찰서 인터넷 게시판에 제보하면서 꼬리를 잡히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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