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기법, 인터넷서 전수받았다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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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6개 고교 재학생 및 졸업생 140여명이 개입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학능력시험 부정시험행위는 선배들로부터 전해 받은 비법 외에도 인터넷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정시험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커닝에 유리한 각종 장비를 구입했으며, 인터넷에 나도는 각종 커닝 비법들을 체계화한 뒤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했던 것.

이들은 "어른들은 휴대폰과 인터넷에 서툴다"며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결국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익명의 제보로 단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범 22명은 인터넷에만 매달려= 최초 범행 모의단계를 제외하면 이들은 부정시험모의 전(全) 과정에서 인터넷을 이용했다.

광주 S고의 B군(19) 등은 9월 초 J고의 동기생 K군을 찾아갔다. 왜냐하면 K군이 학생들 사이에서 같은 학교 선배들로부터 수능 커닝 비법을 가장 잘 전수받았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들은 K군으로부터 "폴더가 있는 휴대전화 장비나 삐삐 등이 시험 감독관의 눈을 피하기 어려워 실패확률이 높다"는 말을 듣고 이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인맥을 동원해 주범 22명을 모은 이들은 당장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보다 정교한 장비찾기와 보다 치밀한 커닝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번 수능행위에 선수로 참여한 J고 K군(18)은 "원멤버 22명은 인터넷을 보고, 수능비법 연구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접근하기 쉬운 인터넷 커닝수법=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휴대폰으로 커닝하는 방법' 등으로 검색하면 휴대폰이나 디카 등 첨단장비로 커닝하는 방법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장비의 특성과 가격대, 커닝 사용 경험담, 적발 가능성 등을 철저히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손쉽게 정답을 전송할 수 있고, 몸에 숨기기 쉬운 폴더가 없는 바(Bar)형 휴대전화가 최근 출시된 사실을 알게 된다.

10월 중순 이들은 장비 구입대금을 모금한 뒤 유명 경매사이트를 통해 바형 휴대전화 50대를 구매한다. 이 휴대폰의 음질 등이 약할 것에 대비해 이어폰 등도 함께 구매했다.

범죄방법도 인터넷에서 힌트를 얻어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소규모로 커닝을 했기 때문에 취약과목의 몇몇 문제 정답만 알면 됐던 선배들과 달리 이들은 전 과목과 전 교시의 정답 송수신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사전에 '주관식 1~20번'은 '주 1~20', 홀수형은 '홀', 수리영역은 '수리' 등 사전 암호를 정했다.

또 14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두툼한 옷으로 휴대전화를 가릴 것, 무음 진통모드로 설정해 둘 것 등 기본지침을 정해 이를 암기하게 했다.

▽인터넷 제보로 들통 나=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11월초부터 집단부정시험 계획을 전해들은 익명의 제보자가 광주시 교육청과 각 학교, 경찰서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을 게시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제보내용들이 범행계획, 수법, 참가자 등을 너무나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기록해 소문으로만 떠돌던 휴대전화 커닝의 실체가 밝혀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가담한 청소년들은 휴대폰과 인터넷 문화에 대해 어른들은 잘 모른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면서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지나친 자신감에 때문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광주=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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