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과 6년제’ 요구 등록거부 200여명 제적위기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21분


코멘트
전북 우석대와 원광대 소속 한약학과 학생 200여명이 2학기 등록을 하지 않아 집단 제적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약학과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는 한약학과 6년제 도입과 한방 의약분업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학제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는 가운데 2학기 등록 마감 시한이 15일로 다가온 것. 두 학교 학생들은 15일 오전까지 등록하지 않을 경우 모두 제적처리된다.

그러나 원광대 한약학과 학생 120여명은 이미 제적을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15일 오전 전체회의를 갖는 우석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제적을 불사하겠다’는 기류가 강해 제적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약학과는 경희대, 원광대, 우석대 등 3개 대학에 설치돼 있다.

▽제2의 한약분쟁 사태 우려=의약계에서는 이번 한약학과 학생들의 등록거부 사태가 1993년 약사와 한의사 사이에서 벌어졌던 한-약분쟁, 1998년 의사와 약사들간에 벌어졌던 의-약분쟁처럼 악화돼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약학과 학생 및 한약사들의 주장과 복지부 및 한의사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어 현재로선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

한약학과 학생들의 표면적인 주장은 한약학과 6년제 도입. 한약학과가 약대에 소속돼 있는 만큼 한약학과도 당연히 6년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약학과 학생들이 주장하는 본질은 단순한 학제의 문제라기보다는 한방도 양방처럼 의약분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가깝다.

현재 한약사들은 약사이기 때문에 약사법에 따라 의사(주로 한의사)의 처방전이 없을 경우 약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그런데 한방업계는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한의사들이 처방과 약 조제를 함께하는 것.

이에 따라 한약학도들은 “대부분의 한약사가 독자적인 약국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경기 침체로 대형병원에 취직도 안 돼 사실상 생존권이 박탈된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우석대 한약학과 김경석 학생회장은 “한의학계에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한약사제도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의약분업 즉각 실시가 어렵다면 최소한 복지부는 큰 틀의 계획만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해결책=그러나 한약학과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현재로서 높지 않다. 한방 의약분업에 대한 한의사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 데다 복지부도 요지부동이기 때문.

대한한방병원협회 김남훈(金南薰) 사무총장은 “한방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할 경우 국민에게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한방업계 의약분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한약학과 6년제 도입은 타당성 검토부터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등록 마감 시한도 9월 18일에서 11월 8일로, 그리고 다시 15일로 연기된 만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복지부 한약담당관실 김유겸 과장은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 학생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학생들이 수업으로 복귀하는 것 외에 아무런 협상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