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協 대토론회]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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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김미옥기자
29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김미옥기자
《29일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주최한 대토론회에서는 최근 사회 전반에 두드러진 반(反)지성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 참석자들은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국익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반지성주의, 반엘리트주의 심각”=‘지성의 위기와 그 역사적 배경’이라는 주제의 첫 번째 토론에서 이인호(李仁浩·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참여정부는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인터넷 세대의 감성적 반미주의와 역사 속에 잠재된 반(反)엘리트주의 정서에 호소해 권력 장악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적 생활기반이 무너지고 삶의 질이 하락한 데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가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 동정과 강자에 대한 증오라는 비이성적 사회심리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두 번이나 상고 출신 대통령이 나온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방청객의 질문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경우는 오랜 경륜으로 학벌이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때는 한 사람에 의해 정치적 대의가 대표될 상황은 아닌데 그런 일이 생긴 것은 우리나라에 팽배한 지적 냉소주의, 분열증적 증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정형민(鄭馨民) 서울대 미대 교수는 “문화 자체의 질보다는 분배에만 집착해 정치적 선택에 따른 문화하강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고급문화와 민중문화의 괴리가 한 세기를 건너뛰어 다시 재발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인섭(韓寅燮) 서울대 법대 교수는 “현재의 반지성주의 흐름은 386세대나 사회주의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군사독재 시절부터 이어져 온 국가주의와 공안권력의 산물”이라며 “지식인의 권위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에 대해 개탄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분야에서 더 설득력을 갖고 합리적 논의 확장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섭(鄭宗燮) 서울대 법대 교수는 “한국 지성의 위기는 ‘지식의 위기’”라며 “지식 축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성이 권력과 결합하기 때문에 비전이나 대안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국가가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낙인찍기’를 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식을 가진 자가 자기 청중을 모으고 패거리를 형성해 성찰적 지식이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흐름에 맞는 전략적 접근 필요”=두 번째 주제인 ‘변화하는 국제사회와 한국의 진로’에서는 한국이 ‘상처받은 민족주의’로 국제사회의 흐름과 괴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병준(安秉俊)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기존의 한미관계를 구세대적 이념으로 보는 현 정권이 ‘한풀이 정치’를 안보와 경제재건보다 우선시한다면 감정적 정당성만을 추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대학, 지식 창출 기관으로 거듭나야”=제3주제인 ‘한국사회의 미래와 대학의 과제’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은 “한국 대학은 ‘규모의 경제’가 대학에도 적용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대학과 학생 수를 늘려 왔으며 그 결과 ‘너무 커 좋은 제품이 나오기 힘든 산업’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의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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