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우리말 다듬고 북한말 찾고…단어 1만여개 정리”

  • 입력 2004년 10월 7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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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불명의 문자와 채팅용어 등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말 연구와 순화에 몰두해 온 경남 마산시 산호초등학교 안영준(安永俊·53) 교감이 558돌 한글날(9일)을 앞두고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은 사라져 가는 반면 하루가 다르게 거친 조어(造語)와 외래어가 번져나가는 탓이다.

안 교감은 우리 말 표기와 잘못 쓰기 쉬운 말, 외래어 등은 물론 분단 이후 남북한의 언어를 25년째 비교 연구하고 있다.

그가 언어순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0년 마산 월영초등학교에 부임하고부터. 학생들이 주고받는 말이 너무 거칠고 욕설이 많았던 때문.

안 교감은 “국어사랑이 곧 나라사랑인데, 우리말 다듬는 일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한 번 발 벗고 나서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언어와 함께 시내버스 승객들끼리의 대화나 TV 드라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는 사전을 찾거나 대학 교수 등의 자문을 받아 자료를 보충했다.

‘깁고 더한 우리말의 바른 표기와 표준어 및 방언사전’과 우리말로 북한 말을 찾는 사전인 ‘분단 후 남북한 사용언어 비교’ 등을 쉼 없이 손질한 끝에 이제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깁고 더한…’에는 6494개의 단어 표기법 뿐 아니라 잘못 쓰기 쉬운 말들, ‘쟁이’와 ‘장이’가 붙는 말, 고쳐야 할 일본 투의 말 등이 A4 용지 243쪽에 담겼다.

북한말 사전의 경우 덤핑은 ‘막팔기’, 장인은 ‘가시아비’, 큰창자는 ‘굵은 밸’ 등 5150개의 단어를 실었다. 이 자료는 ‘경남에듀넷(www.gnedu.net)’의 공개 자료실에도 올렸다. 올해 말에는 이들 자료를 책으로 엮어 도서관 등에 나눠 줄 생각이다.

안 교감은 “남북분단의 영향으로 친근한 우리말이던 ‘동무’가 거의 쓰이지 않아 아쉽다”며 “앞으로도 국어사랑 운동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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