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긍정적-南 부정적” 701개고교 ‘민중사관 교과서’ 수업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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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1415개 고등학교 가운데 절반가량의 학교에서 역사 교재로 쓰고 있는 금성출판사 간행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민중사관적 시각에 따른 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4일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701개 고등학교가 교과서로 채택하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전반적 내용이 친북 반미 반재벌 관점이어서 내년부터는 교재로 채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 교과서는 광복 이후 남한의 역사를 ‘미군정 및 독재정부 대(對) 남한 민중’의 시각에서 부정적 냉소적으로 일관한 반면 북한은 민족자존을 지키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체제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며 “이처럼 편향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우리 역사의 정통성 모델을 남한이 아닌 북한으로 삼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안병영(安秉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당초 권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심사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해 필요하면 수정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장관은 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교과서는 검정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절차를 거쳐 검정된 내용으로 객관적 사실을 서술한 것이며 친북 좌파의 내용으로는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2002년 제작돼 교육당국의 검정을 거쳐 노무현 정부 출범기인 지난해부터 전국 2095개 고교 중 33.5%인 701개교가 교과서로 쓰고 있다.

성신여대 김영호 교수(정치학)는 “전문가들 사이에 걸러지지 않은 특정이념의 역사를 교과서에 서술해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중국이나 일본을 나무랄 게 아니라 우리 내부의 역사왜곡도 심각해 이것부터 먼저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과 권철현의원의 분석
교과서 내용권 의원의 분석
미군정은 한국인들이 만든 모든 행정기구와 활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민공화국이나 지방인민위원회의 활동은 커다란 지장을 받았다(255쪽)미군정을 자주민족국가 수립의 최대 방해세력으로 묘사
본문 내용을 참조하여 조선건국준비위원회와 인민위원회가 자주민족국가 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토론해보자(254쪽)본문에 따르면 자주민족국가를 수립하지 못한 이유는 미군정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음
미군은 미군정만이 유일한 정부임을 확인하였다. 소련군은 주민들이 세운 건국준비위원회를 대부분 인정하고 김일성이 실권을 장악하도록 뒷받침하였다(256쪽)미군은 억압적 점령군, 소련군은 순수한 조력자로 묘사
일장기가 내려진 자리에 성조기가 올라가다(256쪽)일본이 미국으로만 바뀌었을 뿐 식민지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음을 암시
광복 이후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오는 우리 현대사를 옥죄는 굴레가 되었다(266쪽)친일 과거사 청산의 정당성 부여
박정희 정부는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개발과 반공을 국가운영의 전면에 내세웠다(286쪽)박정희 정부 당시의 경제발전조차 부정하고 오로지 독재연장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규정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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