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校별 학력차 ‘뚜렷’…교육평가원 175개교 분석

  • 입력 2004년 9월 10일 0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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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뒤 고교등급제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교간 학력차를 보여주는 자료가 처음 공개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주호(李周浩·한나라당) 의원은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1년 6월 전국 초중고교생 2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수준 교육성취도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교의 경우 특수목적고와 지방 비평준화고, 서울 강남 고교의 학생 실력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력격차 존재=평가원이 전국 2031개 고교 중 표본선택한 175개 고교의 2학년생 7400여명을 평가한 결과 시험 응시자의 50% 이상이 전체 성적 상위 10% 안에 든 학교가 11개교로 나타났다.

이들 11개 고교 가운데 특목고가 7개교, 지방 비평준화고 3개교, 1개교는 서울 강남의 고교였다.

전체 상위 10%에 드는 학생이 40% 이상인 학교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지역에 각각 1개교였고 서울에서는 역시 강남의 고교가 포함됐다.

반면 인문계 고교 25개교는 상위 10% 이내에 드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으며 이 가운데 23개교가 중소도시와 읍면 단위 소재 학교였다.

이 의원은 “초등학교의 경우도 전국 16개 시도별로 상당한 학력차가 나타났다”며 “이 같은 격차는 중학교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유지해 초등 단계에서의 학력격차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등급제 논란 확산=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는 고교등급제 논란과 관련해 학교차를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부인해 왔다.

그러나 대학들은 2008학년도부터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는데도 학생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학교 구분 없이 똑같이 반영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내 대학 입학처장들은 10일 오전 고교등급제 실시 여부를 포함한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평가방법 논란=이번 평가는 전국 초등6학년, 중학3학년, 고교2학년 중 1%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표본선택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의 학업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조사의 목적이 지역별, 고교별 학력차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학업성취도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어서 학교간 학력차 비교 자료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은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가 선택된 데 비해 다른 지역은 성취도가 낮은 학교가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측은 “교육부에 전국 단위 연합고사 성적자료를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며 “전수조사가 아닌 제한된 자료로 분석했지만 학교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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