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혈우병환자 국산응고제로 에이즈 감염가능성 의심

  • 입력 2004년 9월 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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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에이즈 진단을 받은 혈우병 환자 10명 가운데 일부가 국내에서 생산된 혈우병 치료제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혈우병 환자들의 에이즈 감염 원인을 10년 만에 재조사하기 위해 2002년 구성된 ‘혈액제제 에이즈감염 조사위원회’는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약계 전문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1990년 9월부터 1993년 3월까지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 10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부는 국내 제약사가 만든 혈액응고제제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 같은 결론의 근거로 “조사 대상인 혈우병 환자 10명 가운데 5명은 해당 기간 중 국산 혈액응고제제 외에 외국산 혈액응고제제를 맞거나 수혈을 받은 기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오대규 질병관리본부장은 “위원회가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결론이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혈액응고제제를 생산한 국내 모 제약사는 “위원회가 진료기록에만 한정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혈우병 치료제는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으로 생산된 의약품인 만큼 위원회의 결론을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혈액제제안전성위원회’를 구성해 혈우병 환자들의 에이즈 감염 원인을 조사한 결과 “혈액응고제제에 의한 감염으로 보이지만 외국산 혈액응고제제 때문인지 국내산 때문인지를 밝혀내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과 가족들은 지난해 2월 이 제약사를 상대로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에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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