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구멍 뚫린’ 119… 20개 市郡중 소방서 11곳뿐

  • 입력 2004년 8월 25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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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에 근무하다 얼마 전 경남도소방본부로 발령받은 신열우(申悅雨) 방호구조과장은 119 신고시스템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소방서 없이 소방파출소(출장소)만 있는 산청군과 하동군 등 8개 군 지역은 119 신고가 파출소와 출장소로 연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 과장은 “근무 인원 3∼15명이 2교대 하는 파출소와 출장소는 직원이 잠깐 자리를 비우거나 졸았을 경우 긴급신고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 전국 광역 도(道) 가운데 경기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도 크다. 24일 발생한 40대 지리산 조난등산객 사망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경남소방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부족한 소방서=도내 20개 시군 가운데 소방서가 있는 곳은 10개 시(마산시는 2곳)와 1개 군 뿐이다. 나머지는 소방출장소와 소방파출소가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활동을 한다.

지역이 넓고 산이 많은 서부경남은 진주와 거창소방서가 7개 시군을 담당한다. 원활한 화재진압이 어렵고 구조구급 상황이 발생하면 수십 km 떨어진 진주와 거창에서 구조대원이 지원에 나서는 형편이다.

경남도소방본부는 창녕군과 함안군, 합천군의 소방서 신설을 오래 전부터 추진했으나 정부와 경남도는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창녕군은 1996년 소방서 신설승인을 받고 부지도 확보해 두었다.

▽119종합정보센터도 없다=경남도 소방본부 종합상황실은 경남도청 당직실 옆에 30평 규모로 설치돼 있다. 전자상황판 없이 무전과 전화로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을 지시하는 ‘수동식’.

대형사고에 대비해 종합정보센터의 설치가 시급하지만 190억원에 이르는 예산과 공간문제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시, 충북도, 충남도 등은 이미 종합정보센터를 마련했으며 인천시와 광주 등 5개 자치단체는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소방 설비 투자 외면=경남도의 소방예산은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하면 ‘쥐꼬리’ 수준이다.

최근 7년간 경남도 예산총액에서 소방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44%인 638억원에 불과해 전국 12위였다. 경기도가 총예산의 0.86%, 충북이 0.72%, 경북이 0.67%인 점을 감안하면 경남도의 소방분야에 대한 무관심이 잘 나타난다.

한편 1700여 경남소방공무원은 별도의 소방본부 청사를 갖는 것이 꿈이지만 예산 문제로 진척이 없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업무의 특수성은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무선통신장비를 보강, 유지하려면 청사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0평가량이 필요한 119종합정보센터 설치도 새로운 청사가 건립돼야 가능하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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