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卒 2명중 1명 “일자리 없나요”…취업률 56.4%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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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K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모씨(28)는 지금까지 50군데 넘게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허사였다. 김씨는 평균 A학점에 토익점수도 900점이 넘고 1년간 호주에 어학연수도 다녀왔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김씨는 “경영학과 출신이라 취업은 문제없을 줄 알았는데 탈락 횟수가 늘수록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두려움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자 2명 가운데 1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실업자라는 통계가 나왔다.

그러나 실업난을 피하기 위해 군 입대, 대학원 진학, 고시준비를 하는 등의 잠재적 실업과 각 대학이 과거 취업률을 부풀리던 경향을 감안하면 실제 취업률은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때 수준까지 가나=경기침체로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최근 3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교육정책 포럼을 갖고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에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를 졸업한 52만78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졸업자 가운데 일자리를 얻은 경우는 31만7514명으로 취업률은 66.8%로 나타났으나 전년도보다 4년제 대학 졸업자는 2.8%포인트, 전문대 졸업자는 2.5%포인트 떨어졌다.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50.5%까지 곤두박질쳤다가 2002년 60.7%로 회복됐으나 2003년 59.2%, 2004년 56.4%로 다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도 1999년 68.1%에서 2001년 81%까지 올라갔으나 2002년 80.7%로 꺾이기 시작해 2003년 79.7%, 2004년 77.2%로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방대와 여성의 취업난 여전=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58.6%로 비수도권(54.9%)보다 다소 높았으나 전문대는 비수도권(81.5%)이 수도권(70.2%)보다 오히려 높았다.

여성의 취업난은 더 심각하다. 여성 취업률은 전문대 75.6%, 4년제 대학 53.5%로 남성보다 각각 3.5%포인트, 5.8%포인트 낮았다. 취업 분야도 전문대는 사무보조원, 경리사무원, 간호사 순이었고 대학은 문리어학계 학원강사, 예능계 학원강사, 행정사무원 등 임시직이나 단순업무직이 대부분이었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김정환 주임은 “사법시험 합격자도 사법연수원 준비를 위해 고시원을 다니는 실정”이라며 “체감 실업난은 이 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동국대 취업정보실 김명숙 주임은 “학생들에게 30∼40번 지원하는 것은 보통이기 때문에 떨어져도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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