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과외 성행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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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대 4학년입니다. 외국에서 산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미 대학입학수능시험(SAT) AP(미국 고교에서 수강하는 대학 학과목)를 집중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예비 유학생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3일 인터넷의 한 과외 관련 게시판에 떠 있는 글이다.》

외국으로 유학 간 학생들이 방학 중 귀국해 유학지망생들을 가르치는 ‘유학 과외’가 서울 강남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미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등학생들이 많아져 기본적인 수요가 있는 데다 시간당 6만∼10만원의 고소득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과외에 나서고 있다.

▽짭짤한 아르바이트=유학생 정모씨(21)는 2002년부터 여름방학마다 귀국해 과외를 한다. 국내 고교생뿐만 아니라 조기유학을 떠났다 방학 때 잠시 귀국한 학생들도 정씨의 ‘고객’.

주로 미 대학입시에 필요한 SAT와 원서제출시 함께 내야 하는 에세이 작성법을 가르친다. 미국 동부지역 명문대인 ‘아이비리그’ 출신에 경력이 있으면 시간당 6만원 정도가 ‘정가’로 통한다.

정씨는 지난해 여름 한 달간 과외로 1500여만원을 벌었다.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김모씨(22)는 지난해 친구 3명과 함께 서울 강남구의 60평짜리 오피스텔을 빌려 방학 두 달간 학생 10명을 매일 14시간씩 가르쳐 총 1억여원을 벌기도 했다.

현재 강남구 역삼동에서 유학지망생 3명을 가르치고 있는 노모씨(24)는 “학비와 기숙사비까지 연간 유학비용이 5000만원은 기본”이라며 “방학 때 부지런히 벌어 부모님 짐을 덜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학시장’은 호황=방학마다 유학생들이 귀국행렬을 지어 오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 정씨는 “SAT 준비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통해 쉽게 과외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며 “학생을 어떻게 구할까 걱정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학원비 지출 감소와 교육방송(EBS) 수능강의의 영향으로 일반 사교육시장이 위축된 반면 유학시장은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다.

W유학원의 김모씨는 “요즘은 영어 조기교육으로 미 대입시험을 그다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학준비반을 개설하려고 준비하는 학원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반고교에서는 유학 지원이 전무해 어차피 과외나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유학생 과외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오피스텔 과외는 불법이며 재택과외의 경우 대학 재학생은 미신고대상이기는 하나 고액 과외 신고시 해당 교육청에서 금지하거나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 유학생에 대한 사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학부 이상 유학생 수는 1999년 12만여명에 이어 2001년 14만9933명, 2003년 15만9903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연세대 한준상(韓駿相·교육학) 교수는 “이제 유학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한국 대학들도 긴장해야 하지만 국가에서도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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