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임금 노동자 나라경제 생각해야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51분


코멘트
대기업의 고액 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기장 평균 급여가 1억1000만원에 이르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조합원 75%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해놓고 회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평균 급여가 6000만원을 넘는 LG칼텍스정유 노조의 파업이 2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대체 인력이 없는 항공산업의 특성을 이용해 이번에도 1250만원 인상 효과가 있는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같은 회사의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직원이나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도 지나친 요구다.

항공산업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수출입산업 관광산업 등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여름철 성수기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회사 경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더구나 고유가에 불경기로 전체 나라경제가 어려운 때에 고임금노동자의 파업은 여론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LG 정유 직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녀 학비(대학생 포함)와 주거비 지원을 합하면 사실상 국내기업 최고 수준이다. LG 정유 직원들은 저임금과 신분불안에 허덕이는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의 사정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LG 정유의 파업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국내 석유수급 불안 및 석유 유통시장의 혼란을 부를 것이다.

얼마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고임급 조합원들에게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달라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연봉 6000만원의 대기업 노조원이 있는가 하면 1200만원이 못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있다"면서 노동조합이 노노(勞勞)간 소득 격차에 힘쓸 때라고 말했다.

고임금 노동자들이 매년 조직된 힘으로 생산성 증가분 이상의 임금을 쟁취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과 생산공장의 해외이전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은 이제 자기 몫의 파이만 키우려는 투쟁을 멈추고 나라경제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