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외환위기 때보다 나빠”… 가계부채 98년의 2배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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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씨(가명·43)는 “올해 들어 외환위기 때보다 경제적 여유가 더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녀가 커가면서 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노후 연금 관련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소득의 25%를 대출이자로 내고 나면 사실상 쓸 돈이 별로 없다. 당장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 상환도 걱정거리다. 경제가 좋아져 월급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 김씨의 가계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대신경제연구소는 3일 가계의 자산과 부채, 저축률, 실업률 등을 토대로 산출한 ‘가계부실지수’가 올해 1·4분기(1∼3월) 중 127.9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23.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계부실지수는 2000년 104.5까지 낮아졌다가 2001년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120.9까지 올라갔다. 가계부실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계부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문병식 선임연구원은 “2001년 이후 고용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신용카드 부실과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로 가계부채가 악화되면서 가계부실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계 금융부채 잔액은 535조5000억원으로 1998년말 269조9000억원보다 2배가량 증가했고 연간 이자 부담액은 33조1000억원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10% 초반에 머물던 도시근로자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상환 비율은 올해 1·4분기 25.9%로 치솟았다.

소득의 4분의 1 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면서 소비여력이 크게 축소됐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하고 남은 자금의 비중인 가계 흑자율은 21.7%로 1982년(2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직 등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가계의 대응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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