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물고기 다 어디갔나…低수온-남획 탓인듯

  • 입력 2004년 7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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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광어와 우럭, 농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올해 들어 서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수산물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어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양식과 원양어업을 제외한 일반 해면어업(한국 해역에서의 한국어선 어로활동)을 통한 어획량은 4월 말 현재 25만579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만2698t에 비해 다소 줄었다.

그러나 서해안만을 놓고 본다면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해양부가 집계한 ‘행정구역별 어업생산 통계’에 따르면 인천에서는 지난해 4월 말까지 6745t이 잡혔으나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48t만 잡혔다.

이에 따라 수협의 위판량도 크게 줄었다. 인천수협에서는 지난해 1∼5월 한 달 평균 453t의 수산물이 거래됐으나 올해 거래량은 132t에 불과했다.

인천수협 차석교 조합장(55)은 “대부분의 어선이 조업에 나섰다가 출어 경비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빚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양전문가들은 서해 연안의 수온이 낮아지는 등 서식환경이 나빠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서해에서 잡히는 어종의 대부분은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산란하기 위해 수온이 따뜻한 서해안으로 모여드는 계절 회유성 어류.

그러나 올해 1∼4월 서해안의 수온은 예년의 평균 6.0도보다 1도가량 낮아 어류가 많이 모여들지 않았다는 것.

국내 어선의 남획과 중국 어선의 ‘싹쓸이 월선(越線) 조업’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서해상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어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63척)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난 113척에 이른다.

어패류를 잡아먹는 해파리가 지난해 가을부터 서해안 일대에 집중적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와 어민들은 어자원 남획에 따른 서해안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중국과 수산자원 관리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와 각 지차체가 일회성으로 벌이고 있는 치어 방류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바다 속에 가라앉은 침적 폐기물 등을 제거해 어장 환경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팀 연인자 연구관(48)은 “1970년대 서해안의 어획량은 국내 어업생산의 20%를 차지했으나 2002년에는 12%까지 줄었다”며 “어장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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