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 점검](下)실내오염 권고기준 마련 시급

  • 입력 2004년 7월 7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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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K씨는 1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33평형짜리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입주 4, 5일 뒤 7개월 된 딸의 등에 두드러기가 났다. 방에 숯을 갖다놓고 공기청정기도 가동했지만 피부병은 점점 더 악화됐다. 견디다 못해 남양주시의 친정으로 옮긴 뒤 1개월쯤 되자 증상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K씨는 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에 100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조정 신청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냈다. 조정위는 지난달 24일 “건설사는 박씨에게 303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배상 결정의 의미와 논란=조정위의 결정은 민사소송 이전의 조정 절차로 당사자들이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하면 효력이 사라진다. 다른 피해자는 박씨처럼 개별적으로 조정을 신청해야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결정에 건설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해당 건설사는 “2002년 착공 당시 실내공기 질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최고급 자재로 지은 아파트를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억울하다”고 반발했다.

조정위의 김상호 심사관은 “새집증후군으로 피해를 봤을 개연성만 있으면 행정적 규제 기준이 없더라도 피해배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자재보다 값이 비싼 친환경 자재를 쓰는 대신 분양가를 인상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를 얼마나 올려야 될지에 대해선 견해 차이가 크다. 건설업계는 “평당 16만원은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환경부는 “평당 3만∼5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합리적인 실내오염물질 기준 마련해야=환경부는 5월 말부터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시공사에 대해 실내공기 질을 측정해 입주 전후 60일 동안 공고하도록 했다.

그런데 ‘오염도가 얼마 이하여야 한다’는 권고 기준은 아직 없다. 정부는 뒤늦게 5, 6월부터 △실내공기 질 권고 기준 △건축자재 오염물질 방출량 허용 기준 △환기설비 기준 등을 마련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 기준을 벤젠 톨루엔 등 6개 물질에 대해서만 마련키로 한 점이 대표적이다. 다중 이용시설과 건축자재의 경우 모든 VOC들의 방출량을 합산한 휘발성유기화합물총량(TVOC) 기준을 정하기로 한 점을 감안할 때 ‘이중 잣대 아니냐’는 것이다. ‘건설업계 로비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동주택 입주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유해성이 입증된 일부 VOC에 대해서만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졸속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연구자는 “기준 마련에 착수한 시점은 선진국보다 늦으면서 진행 속도는 가장 빠르고 목표도 가장 높이 세웠다”면서 “모양만 근사한 실효성 없는 기준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모임인 건설기술정책포럼은 “환경부가 2월에 도입한 ‘건축자재 품질인증제’도 시험장비 부족으로 제품 인증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사전 연구가 충분하지 못해 측정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등 유명무실한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새집증후군 예방 요령=새집증후군을 막기 위해서는 입주자의 대처도 중요하다. 새집증후군은 보통 지은 후 2∼3년이면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주 초기의 대응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입주 직전에 고온 난방으로 유해물질을 배출시키는 베이크 아웃(bake-out)을 7일 이상 하라고 권한다.

입주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예방책은 환기다. 신동천(申東千)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장은 “숯 광촉매제 등 오염물질을 낮춰준다는 제품도 공기를 순환시키지 않으면 효과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환기는 적어도 오전(10시 이후), 오후(9시 이전)에 각각 한 번씩은 하는 것이 좋다.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은 피한다. 이 시간대에 낮게 깔려있는 오염된 공기가 역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문을 조금 열어놓고 생활하는 게 바람직하다.

화학물질 이외에 곰팡이 진드기 등도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실내 온도를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18∼22도, 습도는 50%가량으로 유지하는 게 미생물 예방에 좋다고 한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주택 실내환경기준 국제 비교
구분외국한국
공동주택 실내공기 질 기준-행정적 권고 기준 마련한 곳 없음.핀란드 등 일부 국가가 민간 차원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에 대해 권고 기준 마련-5월 말부터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실내공기 질 측정 및 공고 의무화-내년 중 행정적 권고 기준 마련할 계획
건축자재의 오염물질방출량 허용 기준-민간 차원에서 인증제도 운영하는 나라 있음-내년 말까지 법제화를 목표로 기준 마련 작업 중
환기 설비 기준-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채택. 일본은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주택에 대해 24시간 환기시스템을 가동해 시간당 0.5회 실내공기 순환 의무화-내년 초 법제화를 목표로 기준 마련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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