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법무 “총장발언 부적절”- 宋총장 “심려끼쳐 죄송”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58분


코멘트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으로 향하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 그는 이날 회견에서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논란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총장의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강병기기자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으로 향하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 그는 이날 회견에서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논란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총장의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강병기기자
▼진화나선 康법무▼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은 16일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로 불거진 오해와 확대 해석을 막고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의 강경 발언과 이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질책으로 이어지며 격화되던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기자회견 내용=강 장관은 △대통령 질책 및 검찰총장 발언의 진의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한 입장과 개편 방향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검찰총장 발언에 대한 대통령의 지적은 발언의 ‘내용’이 아니라 ‘경위와 표현방법’이라고 강 장관은 설명했다.

중수부 폐지 논의는 법무부에서도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인데 일부 언론의 추측 보도를 바탕으로 검찰총장이 이에 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또 이런 의견이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되면서 예상되는 혼란을 대통령이 경계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중수부 폐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는 또 “고위공직자 사정(司正)을 담당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신설과 중수부 폐지 문제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망과 평가=강 장관의 이날 기자회견은 자칫 대통령과 검찰총장이라는 중요 국가기관의 갈등과 이에 따른 국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를 막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고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중수부 폐지 여부에 대한 법무부의 내부 논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오해를 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비처 신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법무부의 검찰조직 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면 갈등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기본 입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중앙집권화한’ 검찰권을 분산하려는 것이어서 그동안 사정의 중추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누려온 검찰로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충돌’에서 직접적인 두 당사자인 노 대통령과 송 총장의 승패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워 보인다. 노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의 힘과 위상을 과시했고 송 총장은 ‘중수부 폐지’ 논란에 대한 꽤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격한’ 표현을 한 송 총장이나 그에 대해 ‘한층 더 격한’ 반응을 보인 노 대통령 두 사람 모두 ‘언행과 처신의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상당한 비용을 치른 셈이다.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송광수 검찰총장이 1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마약퇴치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송 총장은 이날 대검 공보관을 통해 “대통령님과 많은 분께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연합

▼물러서는 宋총장▼

노무현 대통령과 송광수 검찰총장간 갈등이 16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봉합 국면으로 바뀌자 검찰은 크게 안도하는 표정이다. 특히 송 총장의 사퇴 가능성이 차단된 데 대해 의미를 뒀다.

하지만 검찰은 중수부 조직 및 수사기능 축소를 비롯한 검찰조직 개편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며 이에 따른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긴장감을 떨치지는 못했다.

검찰 간부들은 강 장관이 “중수부 축소 문제는 법무부에서조차 논의가 종결되지 않은 사안이며 충분한 내부 합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다소 반응이 엇갈렸다.

일각에선 강 장관이 “현재 여건상 중수부의 수사기능을 일선 지검에 이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검찰의 개편안대로 중수부 3개과 중 1개과만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어차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발족하면 자연스럽게 중수부의 직접수사 기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흐를 것”이라고 앞날을 비관했다. 일선 소장 검사들은 노 대통령과 강 장관을 비판하는 발언을 숨기지 않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이번 일이 결과적으로 검찰 조직개편 작업을 적절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논의 등은 장관이 약속한 대로 충분한 내부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결론지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경주 마약퇴치회의 참석과 울산지검 초도순시를 위해 오전 8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자택을 나선 송 총장은 기자들에게 “아침부터 수고한다. 많은 분한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송 총장은 강 장관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인 오전 11시30분경 대검 정동민(鄭東敏) 공보관을 통해 “대통령님과 많은 분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송광수검찰총장 사과문▼

최근 저의 발언으로 인해 대통령님과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 기능과 관련해 여러 가지 논의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검찰 내부의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이 확대 해석돼 걱정을 끼쳐 드리게 됐습니다. 검찰과 관련한 조직개편 문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되기를 기대합니다. 검찰은 앞으로 법무부와 협의해 검찰개혁을 계속 추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