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해부한다]<中>원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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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만큼 노후에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법한 의문이다. 이 같은 의문에 정부는 “국가가 지급 보증하는 국민연금은 월 20만원을 내면 노후에 월 60만원씩 받는 남는 장사”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은 경우에 따라선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로 된 사회보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강제로 가입해야 하는 연금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본전을 떼일 수도 있다=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자금관리팀 박광승(朴洸陞) 차장은 “원금이 모두 지급되기 전에 수급자나 상속자가 숨지거나 지급이 중지되면 나머지 원금은 다른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게 국민연금의 기본 구조”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평균 월수입 230만원인 A씨가 20년간 매달 16만1000원씩 국민연금을 냈다면 원금은 총 3864만원이다. A씨가 매달 57만2200원씩 67개월간 연금을 받으면 원금을 되찾는 셈이다. 하지만 상속자가 없는 A씨가 60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해 질병이나 사고로 2년 만에 숨진다면 나머지 원금 2490여만원은 다른 연금 수급자에게 지급되게 된다.

하지만 A씨가 한국인 남자 평균수명인 74세까지 생존하면 8230여만원을 받게 된다. 또 현재 연금 최고액을 내는 월 36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20년간 총 6048만원을 연금으로 내고 74세까지 1억2800여만원의 연금을 받게 돼 정상적인 경우라면 연금 본전을 떼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연금은 ‘적금’이 아닌 ‘보험’=최근 온오프라인에서는 이같이 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게 해 놓은 장치가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는 재분배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

연금을 받던 남편이나 아버지가 숨졌을 경우 벌이가 있는 부인이나 성년이 된 자녀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맞벌이 부부 가운데 한 명이 숨졌을 경우 남은 배우자에게 자신이나 배우자의 연금 한 가지만 고르도록 한 것이 문제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는 다소 무리한 규정이라고 보고 17대 국회에서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연금을 ‘적금’으로 보고 어떤 경우든 본전을 모두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풀리지 않을 난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후를 함께 대비하자는 ‘사회적 연대’ 성격인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단의 관리능력 부족=공단의 비효율적인 운영도 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단은 임시직을 포함해 전체 6598명이 연금을 제때 내지 않는 가입자의 소득 파악과 납부 독촉에 나서고 있다. 공단은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들의 납부율(현재 75% 수준)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임시직 상담원 채용→미숙한 교육 상태로 현장 투입→무리한 징수 등 물의→여론 악화→납부율 저하’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현직 공단 임직원은 총 4227명. 1인당 납부자 3940명, 수급자 292명을 맡고 있는 셈이다. 1인당 납부자 584명, 수급자 300명을 챙기는 독일에 비하면 열악하지만 미국(1인당 납부자 2953명, 수급자 723명) 일본(1인당 납부자 3138명, 수급자 2391명) 등에 비하면 손색없는 근무 환경이다.

하지만 연금 납부율, 자영업자 위주인 지역 가입자의 소득 파악 등을 살펴보면 한국은 매우 한심한 수준이다. 상당수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이 상태가 이어질 경우 향후 ‘연금 소외 노인층’이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역 가입자의 연금 미납률은 25% 수준이다. 그동안 전체 연금보험료(99조3254억원)를 기준으로 추정한 미납 보험료는 14조여원이다.

공단은 올해 임시직 상담요원을 1916명으로 대폭 늘려 지역 가입자 소득 파악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실적이 없다. 임시직의 인건비는 월 65만원 선. 이들은 2일간 16시간의 교육만 받고 실무에 나선다.

유금상(劉琴相) 팀장은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의 경영컨설팅을 받아 조직을 재편할 예정이지만 실제 성과가 나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국민연금관리공단 인력 현황
구분임원1급(실장)2급(부장)3급(차장)4급(대리)5급(주임)6급(주임보)기능연구기금운영
전체42275552035751268143861242146
본부51351343105115127353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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