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론]학벌-대학서열 타파주장서 출발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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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향한 ‘폐지론’의 포문은 강준만(康俊晩)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1996년 처음 열었다.

강 교수는 저서 ‘서울대의 나라’(개마고원)에서 “간판 하나로 모든 분야를 독식하려는 서울대 패권주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다수의 단과대별, 학과별 명문을 키워내는 대학 특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동훈(金東勳) 국민대 법학과 교수도 1999년 저서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바다출판사)에서 “한국의 대학은 신분판정기관에 불과하다”며 학벌과 대학서열 고착화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가 활동했던 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 만들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은 이후 지속적으로 폐지론을 주장해 왔다.

‘서울대 패권주의’를 비판하던 이들의 주장은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서울대 학부 폐지론’ ‘국공립대 통합론’으로 구체화됐다.

서울대 내부에서 학부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최초로 나온 것은 2001년 당시 장회익(張會翼) 물리학과 교수에 의해서였다.

장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서울대에 가고 서울대에 가지 못한 사람은 똑똑하지 못하다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며 “이를 위해 10년 동안 서울대에서 학부생을 뽑지 말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9월 시민단체 토론회에서 “개인적으로 서울대를 없애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신문에 크게 실리기 때문에 없애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근 서울대 폐지론을 다시 부각시킨 민주노동당은 1997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검토했으나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유보했다가 원내 진출에 성공한 올해 총선에서 정식 공약으로 채택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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