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론]“佛-獨 평준화 모델 있지않나”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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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폐지론자들은 프랑스와 독일의 대학제도를 모델로 삼고 있다. 두 나라는 유럽 중에서도 평준화의 바람이 가장 거셌던 곳. 그러나 폐지 반대론자들은 “유럽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프랑스의 고등교육제도는 크게 평준화된 대학 체계와 전문직업학교 개념의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구분된다.

프랑스 각 대학의 고유 명칭은 1968년부터 사라졌다. 그러나 고등사범학교나 폴리테크니크 등 특수학교인 ‘그랑제콜’은 20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특유의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있다.

독일은 중등교육 단계에서부터 실업학교와 일반학교의 취업반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어렸을 때부터 진로에 관한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과한 학생에게 진학 자격이 주어지며 별도의 대학별 전형은 없다.

눈에 띄는 대목은 프랑스에서도 1997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대 폐지론의 프랑스판이라 할 만한 국립행정학교(ENA) 폐지론 공방이 벌어졌던 일. 정치인과 관료들을 배출해 온 그랑제콜인 ENA가 권력화됐다는 비판을 받은 점에서 서울대 폐지 논쟁과 비슷하다.

프랑스와 독일의 대학제도를 놓고도 찬반 양측의 해석은 다르다.

‘학벌 없는 사회’ 홍세화 공동대표는 “독일과 프랑스는 현실에 존재하는 평준화 모델”이라며 “특수학교인 그랑제콜도 학교당 매년 50여명을 뽑는 소수정예이고 비슷한 수준의 여러 학교가 경쟁하기 때문에 서울대 같은 ‘패거리 권력’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폐지 반대론자들은 “대학 평준화의 대명사인 독일에서도 일류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윤정일(尹正一) 서울대 사범대학장은 “프랑스에서도 그랑제콜 폐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유지되고 있다”며 “옥스퍼드나 하버드 등 명문대학은 폐지가 아닌 육성을 통해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커 왔으며 서울대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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