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그들만의 5·18”

  • 입력 2004년 5월 19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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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정신은 국가 폭력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추구하는 국제 연대의 밑거름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제24주년 기념행사의 하나인 ‘광주 국제평화캠프’에 참가했던 아시아 인권단체 대표들은 17일 1주일간의 캠프 일정을 마치면서 ‘광주 5·18’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들은 “5·18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줄기차게 싸운 광주 시민들에게 감명을 받았다”면서 광주가 아시아의 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우뚝 선 데 대해 부러움을 나타냈다.

올해 5번째 수상자를 낸 ‘광주 인권상’도 광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제5회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가 선정된데 대해 캄보디아 인권단체 관계자는 “광주가 진정한 평화를 꿈꾸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5·18 세계화’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5·18 전국화’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18일 국내에서 5·18 기념식이 열린 곳은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등 4곳에 불과했다. 행사 주관도 민주항쟁기념사업회나 항쟁동지회 지부 등 재야 사회단체들이었다. 기념식 외에 부대행사는 사진전시회나 강연회 등이 고작이었다.

1997년 5·18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행정자치부가 각 자치단체 주관으로 기념행사를 갖도록 권고했지만 이를 시행하는 자치단체는 없다.

5·18이 한국 민주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인데도 학생들의 교과서에 소개된 5·18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광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광주의 생활’이란 4학년 1학기 사회과 탐구과목에는 5·18 발생 과정과 의미 등이 2쪽에 걸쳐 실려 있지만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국정교과서인 6학년 사회과목에는 불과 몇 줄만 다루고 있을 뿐이다.

5·18이 ‘그들만의 항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5·18 기념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5·18재단과 행사를 기획하는 행사위원회, 광주시의 책임이 크다.

올해 참배객이 예년보다 늘었다고 해서 5·18이 전국화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찾아가 그날의 참뜻을 알리고 국민의 가슴 속에 숭고한 5월 정신을 심어주는 실천이 아쉽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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