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허윤미/조기교육이 지능 높여줄까요

  • 입력 2004년 5월 14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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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자녀의 지능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진행된 쌍둥이 연구와 입양아 연구들을 살펴보면 지능개발 교육이 사회 전체의 평균 지능을 높이는 데에 일정부분 기여할 수는 있지만 지능의 타고난 개인차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씨도둑은 못 한다’고 했던가.

쌍둥이는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와 유전자의 약 50%만 일치하는 이란성 쌍둥이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의 지능은 서로 비슷하다. 일란성 쌍둥이의 지능지수 차이는 동일한 사람이 지능검사를 두 번 받았을 때 나타나는 차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태어나자마자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돼 판이한 환경에서 성장한 일란성 쌍둥이들도 함께 성장한 일란성 쌍둥이들 못지않게 지능이 서로 비슷하다. 그뿐 아니라 일란성 쌍둥이들은 성장하면서 지능이 점차 서로 닮아가는 반면 이란성 쌍둥이들은 성장하면서 지능이 점차적으로 차이가 난다. 지능에 미치는 유전적 요인은 커갈수록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지능에 관한 입양아 연구도 쌍둥이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 입양 가정의 양육환경이 양호할 경우 입양아들의 평균지능이 약간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입양아들의 지능은 성장하면서 가정환경을 제공하는 입양부모의 지능보다는 유전자를 물려준 친부모의 지능을 닮아간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쌍둥이 연구와 입양아 연구를 종합해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지능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은 미약해지고 유전의 영향은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기에는 지능의 30%가량이 성장환경, 50% 정도가 유전의 영향으로 나타나지만 성인기와 노년기에 이르면 성장환경의 영향은 거의 없어지고 유전의 영향은 70∼80%로 높아진다. 자녀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부모들이 인위적으로 쏟아 붓는 경제적 투자와 노력은 성장기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어른이 된 뒤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어떤 것인가. 현재 과학자들은 인간의 지능에 한두 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많은 유전자가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23쌍의 염색체 중에서는 6번 염색체가 지능에 관련된 것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이 염색체에는 인간 두뇌의 기억 및 학습 영역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는 ‘IGF2R’ 유전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 밖에도 4번, 22번 염색체에도 지능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지능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그 유전자들의 구체적인 기능들이 모두 규명된다면 지능을 높이기 위해 마치 성형수술을 하듯 우리 몸속의 유전자들을 바꾸는 시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기교육을 통해서든, 유전자 치료를 통해서든 지능지수를 5점 정도 올린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능이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지능 외에도 다양한 육체적 정신적 기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타고난 개성을 적극 개발해 자신의 소질이 적절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이고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이 아닐까.

허윤미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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