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시 모의논술고사 답안평가 1

  • 입력 2004년 4월 22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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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안1

옛 우화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산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원숭이가 자연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던 어느 날, 여우가 꽃신을 들고 찾아왔다. 이걸신으면 발에 돌이 박히지 않고 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여우의 말에, 원숭이는 그 후로 계속 여우가 준 꽃신을 신고 다녔다. 처음에는 여우의 말대로 더 많은 자유를 얻은 것 같았지만, 여름이 되어 꽃신을 벗자 발바닥이 아파 더 이상 맨발로는 걸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원숭이는 뒤늦게 여우가 자신에게 준 꽃신이 더 큰 자유가 아닌 무서운 속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원숭이와 꽃신의 관계는 인간과 기계문명사이의 관계와 같다. 산업혁명이후로 계속된 교통과 통신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공업의 발달은 인류에게 많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베이컨의 발전지향적 사고에 따라 노력해 온 결과, 재화의 생산량은 증대되고 공간거리는 단축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가 더 이상 맨발로 걸을 수는 없었듯이, 문명의 발달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났다.

제시문 1에서도 볼 수있듯이 기계문명은 인간을 기계화, 상품화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보면 주인공 그레고르는 회사에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집안의 경제또한 책임지는 성실한 사람 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일어난 그레고르는 거울 앞에서 두꺼운 등껍질을 가진 벌레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는 그레고르를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은 닫힌 문 밖에서 그레고르를 걱정한다. 이에 아직 사회와 자신의 유대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는 기쁨으로 닫힌 문을 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문이 열리자 그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기겁해서 도끼로 그를 위협하며 다시 문을 닫는다. 일할 수 있는 손대신 징그러운 많은 다리를 가지게 되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그레고르는 가족에게 외면받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인 가정마저도 인간의 기계화와 상품화란 현대문명의 영향력속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문명에 의한 사회적관계의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계의 발달로 인한 시장체계의 성립은 대량생산으로 인한 인류의 몰개성화를 야기했다. 그렇다면 결국 이러한 사회적 변화들은 인간의 본연성으로 부터의 이탈, 즉 인간소외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자본주의에서 인간은 단지 한 단위의 노동요소로 간주된다.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날만 결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걸어 그레고르를 몰염치하고 불성실한 무뢰한으로 몰아붙이는 회사의 태도를 보면 인간소의현상을 볼 수 있다. 일말의 인간애도 없이 결근의 대가로 해직을 선고하는 회사의 행동은 인간자체보다 그 인간의 노동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계문명의 발달은 문화적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문화의 획일화를 가져왔다. 발달한 정보매체와 운송수단을 통해 중심지의 문화가 주변의 문화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문명의 발달은 행위동기를 이윤동기로 변화시켰다. 제시문 2에서도 볼 수있듯이 기차는 단지 출발과 목적만은 아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 즉 이윤이외의 중간지들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이다. 문명발달은 사람들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의식에도 혼란을 가져왔다. 문명사회는 인류에게 생각의 변화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는 다음의 두가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이윤동기가 판단의 주요한 요소가 됨에 따라 소유양식의 삶을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보면 주인공 싱클레어는 가정에서 어머니의 무조건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산다. 언제나 화목한 이 독실한 크리스트교 가정은 존재양식적 삶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에 싱클레어가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아이인 크로머는 소유양식적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싱클레어가 사과를 훔쳤다고 거짓말한 것을 빌미로 싱클레어를 협박하여 돈을 갈취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이기주의적이고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하는 소유양식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도 기계문명아래 오로지 성장과 발전만을 목표로 자연과의 생태학적 관계나 다른 구성원과의 유대는 고려하지 않으며 달려나가고 있다. 결국 이것은 현대사회 역시 소유양식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둘째는 전통의식의 혼란에 따른 아노미현상을 들 수있다. 증가하고 있는 자살이나 반인륜적 범죄는 아노미현상을 의미한다.

그간 인류는 기계의 발달을 통해 물질적 풍요라는 혜택과 시공간의 단축이라는 혜택을 향유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인간을 자연으로 부터 분리 시켰고 지역의 고유성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결국 이것은 현대사회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익사회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익사회는 소유양식의 삶을 의미한다. 요즈음 불고있는 슬로우 푸드, 느리게 살기 운동은 이익사회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미래의 우리사회, 문화적 모습은 이익사회의 부작용들을 어떻게 고쳐가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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