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 땅 - 바다 교통수단 ‘속도와 전쟁’

  • 입력 2004년 4월 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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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 7로 질주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시험비행기 X-43A. 이 비행기에 장착된 새로운 엔진인 ‘스크램제트 엔진’이 10초 동안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제공 미국 항공우주국
마하 7로 질주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시험비행기 X-43A. 이 비행기에 장착된 새로운 엔진인 ‘스크램제트 엔진’이 10초 동안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제공 미국 항공우주국
《최근 교통수단의 속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일 개통한 한국고속철(KTX)이 최고 시속 330km로 질주하고 지난달 27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시험비행기 X-43A가 시속 8000km를 돌파했다. 하늘, 땅, 바다에서 ‘속도의 최강자’를 가려내고 최고 속도의 비결을 알아보자. 또 앞으로 가능한 속도를 전망해보자.》

▽서울서 로스앤젤레스까지 1시간대 비행=X-43A가 돌파한 시속 8000km는 거의 마하 7(음속의 7배)로 항공기 사상 최고 속도에 해당한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정인석 교수는 “X-43A가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는 비밀은 스크램제트 엔진에 있다”며 “이 엔진은 다른 엔진과 달리 초음속 상태에서 연소가 이뤄지기 때문에 마하 5 이상에서 작동한다”고 밝혔다. 다른 엔진은 초음속기에 쓰이는 종류라도 연소실의 공기 흐름이 음속보다 느린 상태에서만 가동된다. 초음속 상태에서는 점화도 힘들고 화염도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호주 퀸즐랜드대학 및 NASA와 함께 스크램제트 엔진을 개발해 2002년 7월 세계 최초로 이 엔진의 비행 시험을 성공시키는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론적으로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하면 최고 마하 15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가 실용화되면 서울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1시간대에 비행이 가능해 지구촌이 1일 생활권으로 바뀔 것이다.

물론 스크램제트 엔진은 마하 25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로켓 엔진보다 속도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산소와 연료를 함께 싣고 다니는 로켓 엔진에 비해 대기 중의 산소를 빨아들여 연료를 연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 때문에 두 엔진을 함께 사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기존보다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

독일에서 개발된 자기부상열차. 이 열차는 중국 상하이의 30㎞ 구간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지난해 말 시속 430㎞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속철 vs 자기부상열차=고속철(KTX)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대의 기차여행이 가능해졌다. KTX가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비결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의 김기환 단장은 “말 1만8200마리(중형승용차 180대)가 끄는 힘을 발휘하는 전동기의 추진력에 일반 열차보다 단면적을 10%나 줄여 공기역학적인 저항을 60% 감소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25m짜리 레일 12개를 용접해 300m짜리 장대레일을 깔고 열차의 바퀴 수를 일반 열차의 절반 정도로 줄임으로써 바퀴와 레일 사이의 진동과 마찰을 최소화한 것도 한몫했다.

2007년에는 KTX보다 빠른 국산고속철이 등장할 전망이다. 김 단장은 “프랑스 기술을 바탕으로 한 KTX와 별개로 현재 국산화율 92%를 목표로 한 국산고속철이 개발되고 있다”며 “국산고속철은 KTX보다 추진력을 30% 증가시키고 공기저항을 5% 감소시켜 최고 시속 350km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고속철의 최고 속도는? 프랑스의 고속철 테제베(TGV)가 큰 바퀴와 효율적인 전기공급장치 덕분에 1990년 5월 시속 515km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속 500km 이상으로 달리기에 적합한 열차는 자석을 이용함으로써 바퀴 없이 떠서 움직이는 자기부상열차다.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의 30km 구간에 상용화된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430km를 기록했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자기부상열차가 시험 주행에서 세계 최고 속도인 시속 581km를 돌파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2002년 벤처기업 인피니티 기술과 공동으로 개발한 4인승 위그선. 해수면으로부터 2m 높이로 떠서 시속 120㎞의 속도로 날아간다. -사진제공 한국해양연구원

▽물위에 떠다니는 배=보통 배는 물과의 접촉으로 인한 저항 때문에 마찰 면적을 줄인 쾌속선이라도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1960년대 옛소련은 아예 물위에 떠다니는 배를 개발했다. 최고 시속 500km 이상을 낼 수 있는 위그(WIG)선이다.

한국해양연구원 강국진 박사는 “위그선은 날개가 해수면에 가까울수록 공기가 비행체를 떠받치는 양력이 늘어나는 해면효과를 이용한다”며 “보통 수면에서 선체에 달린 날개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높이만 뜨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양연구원은 목포에서 제주까지 1시간에 주파할 수 있는 시속 200km의 속도에 1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위그선을 벤처기업 인피니티 기술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위그선은 물위를 날아다니지만 국제해사기구(IMO)로부터 배로 인정받았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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