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가 최고/동춘동 동막마을

  • 입력 2004년 3월 29일 2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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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엄마, 요새 갯벌에 바지락이 많이 나옵니까?”(노인)

“어휴, 바다 주변을 개발해서 그런지 점점 수확량이 줄어요.”(어민)

인천 연수구 동춘1동 250 일대 동막마을 주민은 오전 6시면 집을 나선다. 조개를 캐는데 필요한 갈고리와 장화, 어망 등을 손수레에 싣고 송도 앞바다로 향한다.

마을 주변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둘러싸고 있지만 주민의 40%는 동막어촌계 소속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40, 50대 여성들은 주로 동죽과 바지락 등 조개를 캐거나 낙지와 주꾸미 등을 잡아 어시장에 내다 판다. 일부 주민은 갯벌에 나가 건간망을 쳐서 고기를 잡는다. 건간망은 바다에 5∼6m 간격으로 말뚝을 박고 쳐놓은 그물로 밀물 때 함께 들어 온 고기를 물이 빠지면 거둬들인다. 소량이지만 광어와 민어, 농어 등 고급 횟감과 꽃게 등이 잡히기도 한다. 요새는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숭어가 제철을 맞아 올라온다.

“동의보감을 보면 숭어는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고 했어. 봄철에는 숭어가 최고야.”

마을 통장을 맡고 있는 정태양씨(61)는 수백 년 전부터 조상 대대로 이 곳에 살고 있는 토박이다.

정씨 등 주민 대부분은 봄이면 텃밭에 무와 배추 등 야채를 심어 재배해 먹는다. 또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봉재산(해발 103m)에서 자라는 고사리와 취 등 산나물을 뜯는다.

산에는 아직 다람쥐와 토끼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송도앞바다와 한창 조성중인 송도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며 멀리 영흥도까지 보인다.

1980년대 후반까지 일종의 계모임인 ‘갯가리’가 있어 공동비용을 거둬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는 동막도당굿과 기우제를 올렸을 정도로 강한 공동체의식을 갖고 있다.

요즘도 각 가정에서 된장과 고추장, 김장 등을 담글 때면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밀가루에 동죽과 바지락,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 부친 해물빈대떡 등을 함께 먹으며 일을 돕는다.

주민들이 한 가족 같이 지내기 때문에 사고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마을로 유명하다.

동춘1동 주민자치센터 정진명 사무장(41)은 “마을 동쪽에 주둔한 군대가 막사를 짓고 해안을 수비했다고 해서 ‘동막’이라는 마을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 남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인심이 살아 있는 동네”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원주민을 포함해 74가구 216명이 살고 있으며 척전어촌계 소속 어민들이 거주하는 자암마을과도 가깝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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