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난개발 심각 베드타운 전락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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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서울 출퇴근길이 지옥인데 6월 파크뷰 입주가 시작되면 아예 차를 갖고 다닐 생각을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우성아파트에 사는 강모씨(32·여)의 직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뱅뱅사거리 주변. 강씨는 오전 8시30분인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7시면 집을 나서고, 차가 많이 밀리는 월요일에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강씨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강남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었다”며 “용인수지 지역이 난(亂)개발된 데다 지난해부터 분당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교통이 더 혼잡해졌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분당은 당초 업무시설과 주거시설이 적절히 조화된 자족(自足)기능의 신도시로 설계됐다. 하지만 업무시설 대신 대규모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신도시 고유의 쾌적함이 줄어들고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분당의 노른자위로 떠오른 백궁-정자지구 3만6000평은 2000년 5월 업무시설용지에서 주상복합용지로 토지 용도변경이 이뤄져 이 일대가 대규모 주거단지로 개발됐다.

이 지역에 들어설 주상복합은 모두 18개 단지 6236가구. 이미 두산위브제니스, 로열팰리스, 아이파크분당 등은 입주 마무리 단계에 있다. 6월부터는 파크뷰를 비롯해 성원상떼뷰리젠시, 동양파라곤 등의 입주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다. 이에 따라 교통 혼잡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도 백석동의 옛 출판문화단지 3만3000여평의 용도를 업무시설용지에서 주상복합용지로 전환하려던 움직임이 인구과밀화를 우려하는 시민들과 경기도의 반대로 최근 무산된 바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처럼 신도시 난개발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불거지자 판교신도시와 화성-동탄신도시 등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새로 개발될 신도시에 대해서는 건설이 완료된 후 20년 동안 토지 용도변경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00만평 이상 택지지구 중 건교부가 신도시로 관리하는 지역은 앞으로 20년 동안 상업-업무-산업시설용지 등 자족기능 용도의 토지를 아파트용지나 주상복합용지 등으로 바꿀 수 없게 됐다.

건교부 당국자는 “판교신도시 벤처단지의 분양이 저조한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이를 주상복합단지로 용도변경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이를 처음부터 제도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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