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바뀔른지, 그래도 일단 환영"…2·17 사교육비 경감대책

  • 입력 2004년 2월 17일 18시 48분


코멘트
《교육인적자원부가 17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방안’에 대해 일선 학교와 학부모, 교원단체들은 대체로 “새로울 것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사교육에 뺏겼던 공교육의 지위를 되찾겠다”며 내놓은 TV나 인터넷 수업 등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 학생부 반영 비율 높이고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게다가 교사 평가에 학부모가 참여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과외 불패(不敗)’=이번 대책에 대해 서울 강남 등 사교육 과열지역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런다고 과외가 없어지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강남구 K고교에 다니는 한모양(17)은 “TV나 인터넷 수업 프로그램이 생기면 아마 그런 프로그램을 다시 설명해주는 학원이 또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인 김모씨(40·서초구 잠원동)는 “TV나 인터넷에서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내 아이의 수준에 꼭 맞는 교육을 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학원이나 과외를 병행하면서 그런 프로그램을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이나 지방의 경우는 일단 기대감을 나타내는 학생과 학부모도 많았으나 그동안 숱한 교육정책의 실패에 시달린 터라 상당수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최은순씨(40·여)는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뒤바뀌는 게 교육정책”이라면서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책에 부모들이 쉽게 과외를 그만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가도 별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 서울 서초구 M학원 관계자는 “그런 걸로 부유층들이 과외를 포기하겠느냐”며 “더욱 차별화된 교육을 받고 싶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선택권 확대와 관련해 인권교육실현학부모연대 김정숙 부산지부장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학력에 따른 수준별 수업을 확대할 때 많은 부모들이 거기에 쉽게 동의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박성수 입학관리팀장은 학생부 반영 비율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내신에 대한 신뢰도가 학교에 따라 크게 차이 나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교권이 흔들린다’=학부모의 교사 평가 참여에 대해 학부모들은 “뒤늦은 감이 있다”면서 반색했지만 일선 교사 및 교원단체들은 “결국 교사에게 학원강사나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고교생 자녀를 둔 김모씨(43·여)는 “교사 평가에 학부모가 참여한다는 방침에 찬성한다”며 “교육수요자가 교사 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韓載鉀) 대변인은 “이번 대책은 인성교육도 함께 맡아왔던 학교 교사들의 사기를 실추시켜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원재(宋原宰) 대변인도 “입시경쟁을 완화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는 이번 대책은 결국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들자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이화여고 김정문(金正文) 교감은 “이번 대책으로 교육에도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학부모가 교사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