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욱씨 “안희정씨에 감세청탁 했다” 청문회 진술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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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 회장은 11일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통해 감세 청탁을 한 의혹과 관련해 “안희정(安熙正)씨에게 지나가는 이야기로 (감세청탁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문 회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에 출석해 “세무조사가 끝난 시점이었던 만큼 그런 분(노 후보)이 청탁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 안씨에게 얘기했다”며 감세청탁 사실을 시인했다.

문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노 후보 정무팀장이었던 안씨의 얘기를 듣고 노 후보가 당시 손영래(孫永來) 국세청장에게 감세 청탁 전화를 했다”는 김성래(金成來)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의 주장을 일부 시인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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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 회장은 이 발언 직후 “노 후보에게는 감세를 부탁한 적이 없다. 안씨가 노 후보에게 청탁 얘기를 전달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물러섰다.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의원은 또 이날 청문회에서 “대부업체인 ‘굿머니’가 대선을 전후해 노 후보 비서실장이던 신모 의원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10억원씩을 전달했으며, 2003년 2월에 다시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를 위해 (노 당선자에게) 10억원을 주는 등 모두 30억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조 의원은 “노 후보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으며, 노 후보의 육성을 녹음한 CD의 보관자를 알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신 의원은 “노 후보나 대통령당선자에게 공식은 물론 비공식적으로도 단돈 1원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 없는 폭로가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대해 법적 대응은 물론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이 제기한 ‘삼성 비자금 저수지’ 의혹에 대해 “사채시장에서 상당한 양의 채권이 발견됐다. 그게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조사 중이다. 그게 삼성 것인지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대답했다.

송 총장은 또 썬앤문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신상우(辛相佑) 전 민주평통 부의장과 여택수씨 사건을 금명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김도훈(金道薰) 전 검사는 “상부로부터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사장 이원호씨의 살인교사혐의 내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며 “이씨가 대선 전후에 인출한 67억원 중 일부가 살인교사 수사 무마를 위해 노 대통령측에 전달된 심증을 갖고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일 오전 10시 ‘굿머니’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려 했으나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 통보를 해 와 오전 청문회는 취소하고 오후 2시에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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