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일자리 만들기 대책’… ‘희망’에 불과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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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가 시중의 실업자를 거의 모두 흡수할 정도로 과장된 ‘일자리 만들기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일자리 늘리기’ 등 고용 및 복지 정책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고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총선거가 겨우 2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중복되고 과장된 정책이 나옴으로써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보가 8일 정부 각 부처의 발표 내용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각 부처가 새로 만들겠다고 밝힌 일자리는 최대 55만3000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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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실업자가 27만2000명(작년 12월 실업자 82만5000명 기준)으로 급감해 실업률이 1.18%로 떨어진다.

호황이었던 1995년(2.1%)과 96년(2.0%)의 실업률이 2%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18%는 경기가 폭발 직전의 과열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해 현실성이 거의 없다.

본보 취재 결과 정부 발표 가운데 산업자원부의 11만개와 정보통신부의 5만3000개는 모두 재정경제부가 밝힌 신규 일자리 35만개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정보기술(IT)과 제조업 부문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산자부와 정통부의 발표에서 서로 중복됐다.

같은 정부 부처인 노동부에서조차 “각 부처가 사전 조율 없이 고용 계획을 발표해 중복 여부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여기에 정부의 고용 창출 계획 자체도 ‘민간부문의 투자 확대’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5∼6% 성장한다’는 2단계 가정을 통해 마련된 것이어서 ‘계획’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자리 창출’ 외에도 △특별소비세 인하(재경부) △정년 60세로 의무화(노동부) △출산 축하금 20만원씩 지급(보건복지부) △행정·외무고시 합격자 중 지방대 출신 20% 의무화(청와대, 행정자치부) △15개 공기업 신입사원 총선 전 동시 채용(기획예산처) 등도 총선을 의식한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연세대 정창영(鄭暢泳·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고용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은 바람직하지만 총선을 겨냥해 무분별하게 관련 정책을 내놓으면 결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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