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교장 편지 네티즌들 뜨거운 화제

  • 입력 2004년 2월 6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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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교장 김충배 중장의 편지글이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물’이라는 가제목이 붙은 이 글은 신·구 세대가 반목하지 말고 한 덩어리가 돼 국가발전을 이룩하자는 내용.

그런데 글쓴이의 바람과는 달리 이 글로 인해 젊은 세대 와 나이든 세대가 가상공간에서 대립하고,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해묵은 논쟁까지 더해지면서 공방이 점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장래를 짊어질 개혁과 신진의 주체, 젊은이들이여! 여러분들은 5,60대가 겪은 아픔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대들은 조국을 위하여 과연 얼마만큼 땀과 눈물을 흘렸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글은 지난해 11월 ‘생도와의 대화’시간에 김 교장이 보여준 일종의 영상편지.

5.16직후 미국의 인정을 받지 못한 박정희 정권이 미국의 원조까지 끊어지자 같은 분단국인 서독에 광원과 간호사를 보내 그들의 봉급을 담보로 차관을 빌린 이야기. 지하 1000m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한 파독 광원과 시체를 닦는것이 일과였던 간호사들의 고생담과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그들을 만나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트렸던 이야기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머리를 잘라 만든 가발과 전국 쥐잡기 운동으로 모은 쥐털로 만든 ‘코리안 밍크’ 등 돈 될만한 것은 모두 만들어 해외에 내다팔아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그런 나이든 세대들의 피와땀과 눈물덕에 젊은 세대들이 오늘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이 글은‘반전과 평화데모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와 교통질서를 마비시키는’ 젊은이들은 피땀 흘려 일한 50, 60대들을 수구세력으로 폄훼해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내일의 삶을 위해 신 구세대가 한 덩어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김교장은 생도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투철한 애국심을 가진 정예장교로 성장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교육자료로 활용 했다고 한다.

이 글의 원작자는 김 교장이 아닌 김유복(79) 현 로타리코리아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육사 7기 출신인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6월 로터리코리아에 기고한 글로서 "60대를 수구 골통이라 몰아부치는 젊은이들이여! 이 글을 읽어보렴”으로 시작된다.

김 교장은 육사 철학과 교수가 지인으로부터 받은 이 글의 일부 내용을 생도들의 교육에 맞게 수정보완했다.

김교장이 수정한 글은 작년 9월3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강천석논설주간의 ‘눈물 젖은 역사를 가르치라. 통곡으로 대신한 애국가…역사 비트는 非국민들’이라는 제목의 칼럼과 소재, 전개방식, 주제 등이 아주 비슷해 흥미롭다.

이 글은 평소 접하기도 힘든 현역 고위 장성이 썼다는 희소성과 “감동적”이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더해져 블로그 사이트 및 각종 포털 사이트의 카페 등으로 많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네티즌들의 반응이 “감동적이다” 또는 “지나친 박정희 미화다”라는 쪽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전자의 경우 “감동과 부끄러움 눈물과 함께 왠지 모를 힘이 솟는군요”(dojung.com·상허니) “읽고 있으려니 눈물이 그냥 흐릅니다."(다음카페·여우비)“윗세대의 모진 고생 덕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런 반응은 대체적으로 이 글을 어디에선가 읽고 맘에 들어 자기가 운영하는 블로그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의 카페 등에 옮겨놓은 것을 본 방문자들에게서 많이 나온다.

반면 4일 이 글의 출처를 확인보도한 인터넷전문 뉴스사이트 도깨비 뉴스(www.dkbnews.com)에는 “나이든 사람을 모두 수구보수세력으로 전제한 것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찬은 곤란하다”는 비난이 많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은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독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도깨비뉴스·이성) “먼 타지에서 고생하셨던 분들을 모두 수구보수라고 몰아세운다는 이론전개는 어찌 나왔는지 궁금.”(다음카페·모모)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 깔아서 근대화의 아버지면, 기찻길 깔아준 왜놈들은 근대화의 할아버지겠다”(도깨비뉴스·푸핫)

도깨비 뉴스의 관련기사에는 이날 오후 5시현재 300개 가까운 댓글이 붙었다. 특히 ‘20살’ ‘40대 후반’등 자신의 연령 대를 아이디로 사용한 네티즌들이 경쟁적으로 반박, 재반박의 글을 올리며 세대간에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유복씨 원본 전문보기

▶육사교장의 교육자료 전문보기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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