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즐기기]<1>호기심을 자극하라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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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선백자를 감상하는 어린이들. -권주훈기자
겨울방학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선백자를 감상하는 어린이들. -권주훈기자
《겨울방학을 맞아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막상 박물관에 들어서면 무엇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떻게 하면 즐겁고 효과적으로 박물관을 감상할 수 있을까. 학부모와 어린이를 위해 ‘박물관 100배 즐기기’를 4회 시리즈로 소개한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내 정보검색대 앞. 한 어린이와 어머니가 서로 기댄 채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잠시 후 어린이가 눈을 뜨더니 “엄마, 다리도 아프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 그냥 집에 가자”고 보챘다. 어머니는 그동안 졸지 않았다는 듯 “아직 방학숙제 다 못했잖아. 좀 더 봐야지”라면서 엄숙하게 타일렀다. 아이의 얼굴이 이내 일그러졌다.

즐거워야 할 박물관 관람이지만 자칫하면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 되고 만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처럼 규모가 큰 박물관의 경우 수많은 유물을 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다리가 아픈 데다 무얼 봤는지 머리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준비 없이 무리하게 모든 것을 다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1시간을 넘기지 말라=대규모 박물관을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너무 오래 관람하지 말라고 권한다. 뮤지엄교육연구소의 오상현 대표는 “그 박물관의 대표적인 유물, 아이들의 관심 분야에 맞는 유물을 먼저 본 뒤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하라”며 “1시간이 지나면 아쉬워도 전시실을 나와 휴게실로 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어려운 설명문을 베끼느라 정신이 없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관심 있는 것 몇 점만 골라 흥미롭게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호기심을 자극하라=아이들의 질문을 유도하고 토론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앙박물관 신라실 금관을 보고 “이것이 정말로 왕관일까”, 금귀고리에 붙어있는 지름 0.5mm 이내의 수많은 구슬을 보고 “그 옛날, 과연 어떻게 용접했을까”, 분청사기실에선 “왜 물고기 무늬가 특히 많을까”라는 식의 질문을 던져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

불교실에선 국보83호 금동반가사유상과 그 앞에 조그맣게 전시된 일본의 국보 고류사(廣隆寺) 목조반가사유상 사진을 비교하면서 “왜 이토록 모양이 똑같을까”라고 질문한 뒤 함께 토론하면 유익하다.

민속박물관에선 “탈의 다양한 얼굴 표정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걸까”, “조선시대 양반들이 애용했던 주막과 서민들이 즐겨 찾았던 마포나루 주막의 차이는 무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서울역사박물관의 조선시대 물시계(자격루)를 관찰하길 권한다. 원형으로 복원한 자격루는 다른 곳에서 만나기 어려운 희귀한 소장품. 이것이 어떻게 최첨단 디지털시계로 평가받는지 얘기해본다.

박물관에서 설명을 해주는 자원봉사자나 관계자의 도움을 구해도 좋다.

▽부모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인터넷으로 박물관 홈페이지만 검색해도 전시 유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재미있는 질문을 2, 3개 만들어 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오 대표는 “질문은 수준 높지 않아도 되고 질문을 하되 정답을 요구하지 말라”면서 “부모들도 잘 모른다고 주눅 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느낌을 당당히 말하고 토론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호기심과 질문이 이어지면서 박물관과 문화재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호기심 질문=①원숭이 해, 중앙박물관엔 원숭이가 몇 마리 있을까 ②중앙박물관의 신라 금관은 정말로 머리에 쓴 것일까 ③민속박물관의 탈 가운데 안동 하회탈과 다른 탈의 차이점은 ④현재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청계천 광교(광통교) 난간은 왜 창덕궁으로 옮겨졌던 걸까

서울 시내 주요 박물관
박물관주소홈페이지전화(02)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종로구세종로 경복궁 내www.museum.go.kr398-5000(교)398-5072∼9(직)
국립민속박물관 www.nfm.go.kr734-1346(교)734-1341(직)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신문로 경희궁 옆 www.museum.seoul.kr724-0114(교)724-0146∼9(직)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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